diary/웅얼웅얼 혼잣말
2012. 2. 14. 23:22
재활운동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게 느껴지네요.
글이 토막토막 끊기는건 한번에 써내리지 못하고 조금씩 끊어서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겨울 초입에 어깨가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건 큰 오산이었습니다.
나아가고 있던게 아니라 이 통증에 둔감한 여자가 아픈것에 차츰 익숙해졌던 거 였어요.
그것도 모르고 밀려있던 일이며 전시며 작업을 진행했다가 어깨만이 아니라 아예 왼팔 전체와 등, 허리, 그리고 오른쪽 어깨까지 무너져버렸어요.
통증도 통증이지만 밥 먹다 악 소리 내며 수저를 떨궜던건 꽤나 큰 충격이었다죠.
붓은 커녕 숟가락도 몇초 이상 쥐고있지 못했어요.
뭐, 지금도 왼손으로 숟가락을 쥐지는 못하고 쌈도 못 먹어요.
아직 왼손을 거의 쓰지 못하거든요.
왼쪽과 비슷한 순서대로 망가져가던 오른팔을 달래가며 오른손만으로 겨우내 얼어대는 화장실을 녹이는 이외에는 설거지도 포기한채 최대한 웅크리고 회복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이어 다시 우울증이 오데요?
좁아터진 대청에 화초를 들여놓고 버텼어요.
설상가상으로 건넌방 온도가 2.5도까지 떨어졌어서 애들 화장실도 대청으로 들고 들어오는 바람에 냄새도 심하고 비좁게 지내고 있습니다.
화장실 치우기도 힘들거든요.
업둥이 대조는 수시로 감기를 앓긴 하지만 씩씩하게 이겨내며 부쩍 자랐습니다.
오동인 건넌방까지 닫아버려 심통이 잔뜩 났었고... 야호는 늘 그렇듯 불평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이 잘 지냈고...
나오미는 슬슬 관절염이 오려는지 가끔 오른쪽 앞발을 절지만 그밖에는 말짱하고.. 메이는 까칠하던 짜증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네요.
동고비는 짐작하시듯 눈물콧물 찌룩이며 기침을 달고 살지만, 골골 팔십이라는 말도 있고... 지난 봄에 비하면 꽤 멀쩡한 축에 듭니다.
싱그람과 소목인 성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구요.
나쁘지 않아요.
이제 정말 저만 말짱해지면 됩니다.
왼쪽 상반신은 전혀 힘을 줄 수 없으니까,
여러 방법으로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제일 효과가 있던건 우습게도 어깨와 목 관절 돌리기였어요.
왜 체육시간에 손목 발목 돌리던 그런거요.
시도때도 없이 힘을 빼고 늘어트린 왼팔을 오른손으로 잡고 왼쪽 어깨를 돌리는 방법으로 어깨를 풀어주곤 하는데 이게 보기에는 많이 이상한가봐요.
가끔 길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요.
그래도 그 이상한 스트레칭... 뭐라 해야하죠? 아무튼, 덕분에 지난 주말부터 가만히 있을땐 통증이 별로 없어요.
이제 천천히 움직이면 팔을 수평까지 올릴수도 있구요.
슬슬 재활운동을 시작할수 있을듯 해요.
기물손질, 그림, 유약풀기, 시유, 시유한 기물 굽의 유약 닦아내기, 가마에 재임...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때 하나씩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유약풀기, 시유, 시유한 기물 굽의 유약 닦아내기, 가마에 재임은 한번에 서너점 정도는 가능해요.
그런데 왼손으로 잡고 고정해야 하는 자세는 어림도 없네요.
기물손질과 그림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번엔 왼손을 쓰지 않고 오른손 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를 테스트 해 봤어요.
아래 위 테두리에 선만 그었는데... 굵은 선을 깔끔하게 긋는건 성공했지만 고작 두 줄 긋는데 한시간 반이 걸렸고
왼손으로 쥐지 않았는데도 다시 어깨가 욱신거리네요.
가늘고 감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세필은 아직 불가능하거나, 한번에 십분 이십분 정도 가능할듯 해요.
뭐가 되었건 하루 한시간은 작업대에 앉을겁니다. 그냥 앉아서 작업 구상만 하더라도요.
몇달간 일을 못 한데다 앞으로도 한동안 원활한 작업은 못 할것 같아서 수강생을 받아야 할듯 해요.
조만간 수강생 모집 공고를 내려구요.
생활비는 수강생을 받는걸로 해결하기로 하고, 재활운동 중 하나로 흙을 몇 종류 주문했습니다.
배송중에 영하로 떨어지면 흙이 얼어서 낭패니까 언제 올지는 모르겠어요.
정교한건 무리일테니 투박한 화분 같은걸 위주로 조금씩 따뜻하게 데워놓은 흙을 주무르다보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훨씬 나아질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사진은 어제 가장 마지막으로 찍은건데, 오동이네요.
여전히 이놈 덕분에 많이 웃으며 지내고 있어요.
며칠에 걸쳐 쓴 글을 올렸다가 또 내용 추가합니다.
미리 이실직고 해 놓으려구요.
한동안 대인기피증에 가깝게 친구들 이외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다가...
우울증이 점점 깊어지길래 고양이와 관련 없는 다른 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일주일 남짓 되었나봐요.
낯선 사람들과 말을 섞기 시작하니까 제 블로그도 열어볼 용기가 조금씩 나더라구요.
그런데 입만 열었다 하면 우울한 푸념을 한다는 부담감에... 빨리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덧글을 주셔도 읽어보기만 할 뿐이지 답을 달 자신은 아직 없어요.
엉뚱한데서 답글 달아가며 히히덕대면서 정작 블로그의 안부에 답을 못 하고 있는것도 꽤 부담스럽지만, 버텨보려구요.
빨리 하하호호 웃으며 오만 잡다한것 까지 신나게 자랑질 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더 천천히 할께요.
위로와 걱정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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