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아옹다옹 나비파
2010. 12. 19. 14:11
요즘은 가정집에서 난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때만 해도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마루는 온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은 온돌이 들어오지만 나무 마루로 되어있는 거실은 난로가 꺼진 밤이 지나고 아침이면 방문간의 걸레통에 넣어둔 걸레가 딱딱하게 얼어버리는 일이 예사였어요. 그 시절에도 난로 곁에 웅크린 고양이의 모습은 로망일 뿐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고양이는 커녕 개도 키울수 없었으니까요.
제게는 난로가 하나 있습니다.
알라딘 난로인데요, 이사하기 전 지하의 작업실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려면 난로가 하나 있어야겠는데 환기가 어려운 지하에서 전기난로나 가스 난로를 쓰기는 어려울거라는 계산으로 나름 거금을 들여 구입했었습니다. 전기난로는 전기요금이 무섭게 나오는데다 가스 난로는 조금만 켜 놔도 두통이 생기니까요. 알라딘 난로는 석유를 때지만 완전연소가 되어서 석유냄새도 나지 않고 물주전자를 올려놓으면 따로 가습기도 필요 없으니 안성맞춤이었거든요.
그런데 새로 이사한 작업실은 너무도 좁아서 이 난로 하나를 놓을 자리가 없는겁니다. 작업실에 난방을 하려면 벽에 온풍기를 설치하거나 바닥에 전기온돌을 설치하는 방법 뿐이었는데 어느쪽이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에 그렇잖아도 적자인 작업실 유지비에 그것까지 더할수는 없었고 작업실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만, 그보다 훨씬 전에 작업실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난로는 집에서 쓸까 싶어 가져왔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집에는 전기가마를 놓느라 거금을 들여 승압공사를 했단말입니다?
기본요금이 5만원이 넘지만 대신 8kw를 쓰는 가마를 팽팽 돌리며 동시에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해도 월 전기요금은 10~11만원 선... 시시때때로 석유를 채우고 심지 값만 6만원이 넘는 알라딘 난로를 쓰는것보다 저렴한 전기난로를 쓰는쪽이 이득인거죠. 게다가 도시가스 난방비와 비교해도 훨씬 저렴합니다.
해서, 심지값보다 저렴한 전기난로를 질렀습니다.
가정집에서 15일을 썼더니 전기요금이 보름만에 20만원이 나왔더라는 전설을 가진 무시무시한 전기난로들 중에서 그나마 전기를 가장 적게 먹는다는 녀석으로.
난로 하나 놓았을 뿐인데.
문간으로 끌어 내놓은 캣타워가 그야말로 캣트리가 되었습니다.
제일 명당자리는 역시나 메이 아줌마의 차지가 되었고 캣타워 제일 아래층 상자에는 깜깜한 싱그람, 아랫층 원통에는 벽오동, 윗층의 원통에는 소목이, 가장 위에는 브즈까지. 다섯마리가 난로의 훈기에 노골노골한 열매가 되어 달려있는걸 보니 사진을 찍으면서도 웃음이 비죽비죽 나옵니다.
한 마리 추가요.
그러면 그렇지, 뜨신거 좋은거 가장 먼저 챙기는 야로가 안 보인다 했더니 버리려고 내놓은 상자 위에 올라앉아있었네요.
- 한일 전기난로. 강일때 2500w를 쓴다네요. 약으로 켜면 절반.
- 각진 주전자는 망한 그릇집에서 박스도 없는것을 업어왔습니다. 10개쯤 더 있대요.
- 가장 추웠던 며칠전, 보일러를 끄고 현관앞에 난로만 켜놨는데 방 안 온도가 23도였어요.
- 난로 주변의 바닥에 데워지면서 온돌도 더워지니 겨울 방바닥의 냉기도 사라집니다.
- 요즘 도시가스는 밥하고 씻을때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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