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이거,
무려 4월 2일에 사진만 올려놓았던걸 글을 달 짬이 없어 묵혀놨었지 뭡니까.
재밌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만우절을 몇십분 남겨놓고 깨알같은 구라를 쳤던 이유라거나 하는거요.
그래도 잠시나마 짬이 났으니 뒷북이라도 울려야겠습니다.
둥~ 둥~
때는 만우절이었습니다.
오동이 아부지께서 트윗에 무슨 구라를 칠까 하는 글을 올리셨고,
모 님이 그 트윗을 냉큼 받아서 "오동이 동생 들이셨다메요! 오동이 풀빵이라메! 축하드려요오~~" 하고 선빵을 날렸습니다.
당하고 계실 오동이 아부지가 아니시죠,
"심지어 오동이보다 크대요, 조금있다가 메이님이 사진 올리실거삼." 하고 받아치셨습니다.
아무리 만우절이라지만, 오동이 아붜지님을 구라쟁이로 만들 수야 없잖겠습니까?
제가 사진을 올릴거라 하셨으니 올려드려이져.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분노한 오동이를 달래줄 기쁨조로는 아따네가, 촬영은 이온님이 도와주셨고 미용사는 접니다.
지지징징지지징~ 시작합니다.
아 이뽀다~ 아 이뽀다~ 머리를 쓰다듬다가 빗이 끼어있는 미용기로 머리를 슥슥 빗겨줍니다.
워낙 빗질에 길을 들여놨어서 진동이 있어도 대충 이뻐하는건가보다 하며 받아줍니다.
이 용사, 고양이 미용에 있어 라이언헤드나 꼬리 끝의 털방울이나 어그 같은 느낌을 최대한 피하며 단모종 똥괭이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뺨과 정수리를 먼저 다듬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정수리와 뺨의 털 길이에 맞추려고 미용기에 털 길이 조절 캡을 씌웠었죠.
아뿔사, 날에 털이 끼어 아예 밀리지를 않습니다.
수차례 시도를 하다가 캡을 벗겨버리고 미용기의 각도를 다시 잡자 그제서야 조금씩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는데 손님은 왤케 버벅대면서 깎은데 또 깎냐며 이미 뿔이 나 버렸어요.
그럴때 쓰려고 준비한 기쁨조, 아따네가 투입되어 "아 예쁘다~ 오동이 예쁘다아~" 마빡 털이 벗겨지도록 벅벅 쓰다듬어줍니다.
예쁘.
세 여인이 미친듯이 꺽꺽대며 웃음을 참느라 용을 쓰고 있으니 손님도 뭔가 미심쩍은 눈치인데, 뭐 대충 예쁘다 몇 번 하고서 무마 할 수 있었습니다.
용사도 찍사도 엄청 바쁜 가운데 기쁨조만 할랑합니다.
미용기의 날에 끼인 털을 털어내는 순간이 기쁨조가 움직일 타이밍입니다.
지지징 징지지징~ 미용기는 신나게 죽죽 나갑니다.
목덜미 클리어.
등짝도 클리어.
가슴팍도 클리어.
여기까지는 꽤나 순탄하게 벗겼습니다.
저는 용사 경력 8회차인데 손님 경력 초짜인 오동이가 용사보다 더 프로 삘이 납니다.
양말도 수월하게 벗었습니다.
칭찬을 하기가 무섭게 심통을 부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만,
용사 : "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갈 길이 절반이나 남았거든요?"
손님 : "정말? 정말로 절반이나 남은거냐?"
진짜라니까 안 믿네요.
보세요, 모여라 꿈동산 머리통이라도 씌운것 같은데다가 궁둥이며 배때지도 덜 털렸고 겨털이 흉칙하게 남았잖습니까.
말 나온김에 겨털부터 해치웁시다.
연이어 옆구리도 박박 잘 다듬습니다.
이때쯤 손님이 또 심술이 벅벅 나신게지요, 표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손님 : (앞발로 미용사의 뺨따구를 턱 밟으며) "고만하지?"
손님 : (박자에 맞춰 투닥투닥 때리고 자근자근 밟으며) "지루해, 심심해, 귀찮아, 고만해."
용사 : (절규하며) "이자식이 둥그닥둥그닥 투닥투닥 막 밟고 때리고, 흑. 해지마, 아 해지마라고!"
손님의 앞다리를 쥔 기쁨조의 장난질에 애꿎은 손님만 똥꼬털을 털리는 보복을 당합니다.
철없는 세 여인이 낄낄깔깔 웃어제끼며 작업을 하는 동안 어른스러운 손님은 먼산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미용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자꾸 사진기에 한눈을 파는걸 보니 지루하긴 지루한가봅니다.
손님 :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한 마음에)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두십시오."
용사 :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손님 : (기가 막혀하며) "손님이 됐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미용사, 외고집이시구먼. 밥시간이 없다니까요."
용사 : (퉁명스럽게) "다른데 가서 깎우. 난 안 깎겠소."
손님 : (체념하며)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용사 : (조금 누그러진 말씨로)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미용이란 제대로 깎아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그리하야 마음놓고 다시 박박 밉니다.
손님 얼굴에 심통이 가득하지만,
"아이 이뽀다아~ 오동이 지인짜로 이뽀다아~" 있는대로 호들갑을 떨며 머리며 목덜미를 벅벅 문질러 쓰다듬으면 금새 누그러집니다.
이쁘긴 진짜 이뻐요, 착한 것.
자아.. 괭미용도 이제 끝물입니다.
뒷발 양말 털고있어요.
미용기 날이 안전날이다보니 신경쓸것 없이 벅벅 밀어대서 오히려 살 베일까 조심할때 보다 들쭉 날쭉 옹색한 몰골이지만 뭐 예쁘라고 하는 미용인가요, 시원하면 장땡이죠.
자아, 이렇게 오동이 일생의 첫 미용이 무사히 끝났고 저는 약속했던 신참의 사진을 찍어 올렸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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