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아옹다옹 나비파 2011. 11. 11. 03:07


브즈를 그렇게 황망하게 보내고도 생각보다 빨리 일어섰던건 또 다른 죽음 덕분이었습니다.
이사한 다음날, 확장한 툇마루의 지붕 위 명당 자리를 놓고 다른 고양이와 싸움질을 하다가 제게 쫓겨났다던 그 누렁이요.

시끄럽다며 제게 쫓겨난 녀석은 여름내 처마 끝에서 마당을 항해 스프레이를 갈기고 달아날 뿐으로 다시 기어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지난달 20일 다시 천정으로 기어들어 부스럭대네요.
추워진 날씨에 지난번 처럼 매몰차게 쫓아내지는 못하고 겨울 나게 담요라도 한장 얹어줄까 했다가 벌레 꼬일게 무서워 참았었는데, 아마도 23일 전후로 죽은 모양입니다.
매번 아플때 마다 그렇게 구석진 자리에 숨어들어 몸이 낫기를 웅크리고 버텨왔을텐데, 녀석의 삶이 여기까지였나봐요.




사실, 여기까지는 어제 써뒀습니다.
쓰다보니 한 지붕 밑 고양이인데도 언놈들은 사흘장 치르는데 언놈은 그렇게 홀로 죽나 하는 생각으로 또 우울해지기도 하고 일정이 바빠 창을 닫았었죠.

자아~ 다시 기운 내서!

요즘 세상에 이런 경험 아무나 못 하는거에요, 암요,
더구나 중 증이던 벌레 공포증이 엄청나게 좋아졌으니 이거 전화위복 맞는거죠.
게다가 허튼데 죽을 자리를 봤으면 쓰레기로 처리되었을 녀석도 좋은 무덤 자리 얻었잖아요.

제 집 처마 끝을 넘나들던 동네 누렁이 녀석은 호흡기질환을 심하게 앓았던지 길에서 마주치면 먼 발치에서도 크르륵대는 숨 소리가 남 같지 않았습니다.
두 귀도 싸움 끝에 찢어져 그리 되었는지 찌그러진 짝귀였구요.
볼따구 빵빵하니 넉살 좋던 수컷이었어요.

녀석이 지붕에 들어간 뒤 처마 끝에 파리가 들끓는걸 보고 미심쩍어 했었지만 죽었다는 걸 확실히 알게된건 툇마루 천정의 바늘구멍 같은 틈새에서 구더기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이 집은 툇마루를 확장해서 대청을 넓힌 구조라 튓마루였던 부분의 지붕은 슬레이트로 얹혀있어요.
알고보니 서까래 틈으로 슬레이트 밑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고 녀석은 제 생각보다 아주 깊은 자리를 골라 몸을 뉘었던 거였구요.
사람을 불러 슬레이트를 들어내고 난리도 아니었죠.

실리콘 건을 옆구리에 꿰차고 틈이란 틈은(못 구멍까지) 죄다 발라 막았는데도 바람 구멍은 셀 수 없이 많더라구요.
며칠째 틈새를 막고 또 막아도 치우고 돌아서면 또 떨어져 있는 구더기.
고양이들 물그릇에 새 물 받아놓고 돌아보면 또 빠져있고, 작업하려 꺼내놓은 기물마다 들여다보면 구더기가 데굴데굴,
혹여나 밟을세라 한 걸음도 방심하고 내려놓지 못하고 몇주를 살았습니다.
구더기는 세스코에서도 취급하지 않는대요.

꼬마 대조(아직 소개하지 않은 군식구)는 뒷통수에 구더기를 맞고 화들짝 놀라 털을 죄다 부풀리고 하악질을 하고, 구더기 대란에는 고양이 따위 다 필요 없더라구요.
그렇게 몇 주를 떨어지는 구더기를 울며 쓸며 보냈고,
열심히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제 눈을 피해 구석으로 숨어들어가 고치를 지었던 구더기 놈들이 부화해 이제 슬슬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엊그제 쇼크받아 일 손 놓고 산책을 다녀온게 이거였어요.
날개도 마르지 않은 첫 파리가 무려 작업대 위! 제 팔꿈치 옆을 엉금엉금 기어 나왔는데, 이게 또 벌레공포증이 심한 사람에게는 타격이 엄청 크더란 말이죠.)
손끝 발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뒷목이 뻐근한게 그대로 있다가는 딱 쓰러지겠다 싶은.

이 파리 대란은 아마도 2주 안에 끝날거에요.

여기서 잠깐,
파리는 알을 까면 부화하는데 3~4일 전후가 걸리고 날씨에 따라 구더기로 5~14일 전후를 산 뒤 고치를 지으면 1~2주 안에 변태를 마치고 파리가 되어 애앵~ @ㅂ@
뭐, 알을 낳은 날짜가 제각각일테니 그것까지 계산해도 앞으로 2주면 끝날거에요.
암요, 끝나야죠, 작업대 머리 위에서 구더기가 후둑 투둑 떨어지는거 진짜 끔찍해요.
 
글로 옮기고 있자니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막막해 잠시 손을 놓고 있었는데 그새를 또 못 참고...
막 첫 비행을 시작한 어수룩한 파리가 제 오렌지 주스에 풍 빠졌어요.
아우, 마무리는 애들 사진으로 하려고 했는데, 저 다이요, 죽었어요, 얼른 자고 새 아침을 맞을래요.
그간 못 했던 작업 일정을 엄청 빡빡하게 세워놨거든요.
밀린 일 전부 다 올해 안에 끝내고 새해는 신명나게 맞을거에요!



그냥 등록했다가 사진 한 장 없으면 아쉽지 싶어서 다시...







언제 봐도 귀이이이이여운 동고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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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h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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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ddr  Edit/Del  Reply 1515

    하루정도 아가들 데리고 피신하신뒤 연막소독 하셔야겠네요

    연막 소독 시 이웃집과 119에 미리 신고 하셔야 119 출동 안합니다 ㅋ

    2011.11.11 15:04
  3.  Addr  Edit/Del  Reply 지요언니

    저는 메이님이 너무 반가워서 눙무리....ㅠ.ㅠ 눈팅만 하는 유령인데 눈물을 닦으며 댓글을^^;
    대학 다닐 때 교양 수업으로 곤충학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때 담당 교수님께서 온갖 종류의 곤충들을 직접 보여주셨거든요....
    학생들이 혐오스럽다고 꺅꺅 소리지르면... 곤충들이 얼마나 예쁘고 훌륭한 생명체인지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ㅎㅎ
    구더기로 고생중인 메이님께 뻘 댓글을... ㅎㅎ

    2011.11.11 15:05
  4.  Addr  Edit/Del  Reply 아마조나

    구더기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ㅠ.ㅠ
    그래도 동고비는 예쁘네요...어찌 갈수록 어려지고 이뻐지는지+.+
    동고비에게 동안미모의 비결을 배우고 싶어요1

    2011.11.11 17:10
  5.  Addr  Edit/Del  Reply 꼬휘

    그럼 누렁이는 아직 지붕밑에 있는건가요?

    2011.11.11 18:04
    •  Addr  Edit/Del 파니

      좋은 무덤자리를 얻었다는 말씀으로 미루어 보아, 메이님께서 좋은 곳에 묻어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더기의 원인인 사체(ㅠ.ㅠ)를 처리하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문제니까요..ㅠ.ㅠ

      2011.11.14 00:01
  6.  Addr  Edit/Del  Reply 셀리냥

    파리는 팍 쳐서 잡으면 되지만 구더기라니 구더기라니;;;;
    오우어우오우어우 글만 읽고 팔에 닭살이 다다다다다다 돋았어요
    저도 심한 벌레포비아인지라;;; 우어우어;;
    메이님 화...화이팅;;

    2011.11.11 18:36
  7.  Addr  Edit/Del  Reply 고냐니

    저는 흠흠,, 메이님에게 내밀명함은아니지만 ㅋ 고냐니 세마리 개 두마리인데 멍청이 한눔이(물론 개) 거실 구석 안보이는곳에 똥투척을 해서리 그곳에서 시작된 구더기 으,,, 그래서 3~4일만에 해결했었는데 메이님에 비하면 고생이라 표현할 수 없네요 저희 개가원래 세마리였어요 근데 요키하나가 열셋의나이로 떠났어요 ㅠㅠ 저번주에,, 암이 너무퍼져서,, 하지만 메이님글보고 힘내고있는,,, 눈팅만 하다 기운내시는(?)메이님이 넘 반갑네요 ㅎㅎㅎ

    2011.11.11 20:01
  8.  Addr  Edit/Del  Reply arkardie

    으으... 전 예전 살던 집에서 옷장 머리 위에서 지네가 툭 떨어졌던 게 딱 한번이지만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았는데 몇주씩이나 그런 일을 겪으시다니;;; 사진상으론 한옥이 참 예뻐보이던데 손이 많이 가는군요. 그냥 힘내시라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네요. 제가 세스코 대신 가서 방역해 드릴 수도 없고;;

    2011.11.11 20:05
  9.  Addr  Edit/Del  Reply zeze22

    호주 어학연수시절... 침대에 엎드려 신나게 해리포터를 보고있던 제 눈 앞에 대략 15cm가량의 털북숭이 거미가 투욱~떨어졌던 그 날......정신을 거의 잃었던 저 ㅜㅜ 전 항상 제가 갑이라 생각했는데 메이님이 진정 갑이시네요...!!!!

    2011.11.11 22:24
  10.  Addr  Edit/Del  Reply 지나가다

    전 냉장고에 안 좋은 기억이 있습니.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구더기가 뚝! 기겁을 하고 다시 한 번 보니 뚝뚝! 패킹을 슬쩍 따 봤더니 투두두둑!
    알고봤더니 구입해 온 양미리에서 나온 거더라구요. 양미리 아시려나.. 언제 파리가 들어가 알을 깐 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비닐 안에서 번식해 열린 문 틈으로 삐져나와 덜 추운 곳을 찾아 다니다 패킹 안으로 피신, 덕분에 식겁을 한 적이 있었더랬지요.
    덕분에 한 동안 냉장고만 봐도 소름과 진땀을.... 으 지금 생각해도... ;;;;;;;;;;;;;;;;;;;;;;;;;;;;;;;;;;;;;;;;;;;;;;;;;;;;;;; 역시 소름이 돋네요 ㅠ

    2011.11.11 23:26
  11.  Addr  Edit/Del  Reply 레몬

    고생이 많으십니다.. 누렁이의 사연이 쓸쓸해서 마음 한켠이 아프네요. 홀로 맞는 생명의 마지막 얘기들은 참 서글프네요..

    2011.11.12 01:25
  12.  Addr  Edit/Del  Reply 푸치

    메이님 ^^ 그래도 컴백하셔서 다행이에요. 보고싶었어요. 빨리 그 파리들도 훌쩍 날아가고 2 주가 아닌 더 빠르게 끝나길 바랍니다. 화이팅! :)

    2011.11.12 02:38
  13.  Addr  Edit/Del  Reply aeon

    무조건 화이팅!!!!!

    2011.11.12 02:47
  14.  Addr  Edit/Del  Reply 꼬휘

    메이님 블로그 디자인이 바뀌고 나서부터 페이지가 열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2011.11.12 13:00
  15.  Addr  Edit/Del  Reply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1.11.13 06:51
  16.  Addr  Edit/Del  Reply 파니

    혼자 맞는 마지막이 떠올라 조금 쓸쓸해졌습니다. 그래도 메이님께서 거둬주셔서 다행이에요. 너무 고생하고 계시지만...ㅠ.ㅠ
    전 정말.. 벌레가.. 너무 싫어서.. 글을 읽으면서도 온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는데.. 메이님께서는...으헝...ㅠ.ㅠ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얼마전 한옥마을을 다녀왔는데 곳곳에 메이님댁 사진과 비슷한 풍경들이 있는 것을 보고
    (물론 제 눈에는 한옥지붕만 봐도 다 똑같아 보인다는 맹점이..^^;;) 아아, 이런 곳에서 지내시겠구나, 하고 부러워했는데..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군요...^^;; 그저 힘내시라는 말씀만 드릴 수밖에요...ㅠ.ㅠ
    이제 자주 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뵈어요! ^^

    2011.11.14 00:06
  17.  Addr  Edit/Del  Reply 둥기둥기

    다시 털고 일어나신듯 해서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조용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ps: 구더기는...구더기는.........;;;; 의외의 복병이군요

    2011.11.14 01:04
  18.  Addr  Edit/Del  Reply 눈떼굴

    파리와 구더기.....
    전 파리나 구더기 그런거 보담 바퀴와 그리마와 거미 포비아인데,
    구더기도 우글거리며 떨어지면 역시 밤잠을 설칠거 같군요.......
    이래서 그옛날 중동에서는 파리대왕 벨제부브를 숭배하며 두려워 했던가 보군요.

    2011.11.14 08:11
  19.  Addr  Edit/Del  Reply 바람의 라이더

    저도 올 여름에 목욕탕에 쓰레기 봉투를 놔뒀다가..... 치우려고 보니 구더기 한무더기가.....-_- 이누무자슥들이 얼마나 꼬물거리고 다니는지 여기저기 치워도 또 나오고 해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여...메이님 맘 잘 알 수 있어여... 꼭 초토화하시길 바랍니다..으어엉 ㅠㅠ

    2011.11.15 14:09
  20.  Addr  Edit/Del  Reply nikki

    늘완전 수대 습다.

    2012.03.23 13:48
  21.  Addr  Edit/Del  Reply here

    제대 사챙먹지 하 람에겐 말좋더라구요.

    2012.04.06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