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도 오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맞추신 분도 계실겁니다.
네, 대조에요, 베일에 가려진 대충대조 업둥대조.
성북동에 온 첫 날의 사진입니다.
대조 참 예쁘죠, 온 세상이 다 신기하답니다.
사람 사는 집에 처음 들어와봤거든요.
처음 왔을땐 이렇게나 작았습니다.
워낙 작고 어리다보니 대조의 생김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이때만 해도 새끼고양이로서의 당연한 귀여움으로 사람들의 눈을 가릴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작고 여린게 무슨 고양이라고 고양이 하는 짓은 다 하데요.
근데 이놈이 이쁘긴 정말 이쁩니다.
이렇게 어린 녀석이 고양이 태가 나기란 흔치 않은 일 인데.
얘 좀 보세요, 조붓한 어깨에 뒷모습에서도 보이는 곱게 모은 앞발까지 어느 한 구석 흠 잡을데 없는 고양이입니다.
게다가 하는 행동도 꽤나 어른스럽습니다.
칭얼대는 일도 없고 어른 고양이들에게 치근대지도 않고 심지어 나오미의 젖을 빨지도 않거든요.
게다가 혼자서도 얼마나 씩씩하게 잘 노는지,
얘 하나만 보고 있으면 어린 고양이라는 걸 가끔 잊을 정도에요.
어깨의 동그란 얼룩은 새하얀 꼬리 끝 만큼이나 눈길이 갑니다.
근데 단순히 옷 잘 입은 고양이가 아니에요.
두 손바닥에 납죽 올라앉을 작고 어린 녀석이 앉아있는 자세 하나도, 움직임도 제대로 고양이에요.
마냥 촐랑대며 뛰는것 같으면서도 점잖게 앉아 볕을 즐길줄도 아네요.
갇혀있던 경험 때문인지 새끼고양이 답지 않게 참을성도 많습니다.
의외인건 이렇게 사람 몸 위에 올라앉길 좋아하는 녀석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에요.
매일 약을 먹이고 세수를 시켜도 그 외에는 귀찮게 조물대고 만지지 않는 제 무릎에만 올라오는거였습니다.
예뻐한다며 안고 만지작대는 사람을 피하는건 아니지만 무릎에 올라가지는 않더라구요.
국수다발을 뽑아내고 곰팡이성 피부병에 호흡기질환을 앓느라 고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아주 건강한 녀석이에요.
매일 영하로 떨어지는 요즘도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놓으면 춥지도 않은지 오동이와 둘이 좁은 마당을 붕붕 날아다닙니다.
오히려 하루 한번씩 마당에서 구르면서 훨씬 건강해졌어요.
그래도 뭐, 어린 고양이니 장난질은 말 할 것도 없죠.
그저 대청을 가로질러 걸어가기만 해도 발목에 서너번은 폴짝대며 달라붙어요.
오동이에게 배워서 별별걸 다 물고다니구요.
이렇게 예쁜데 박색이라니 무슨 소리냐 하시는 분도 계실테지만
아마 다 눈치 채셨겠죠?
정면 얼굴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거 말입니다. ㄲㄲㄲ
오늘은 딱 한장만 보여드릴게요.
전설의 미소녀 고양이 컨셉으로다가.
이녀석, 실제로는 미소년 고양이였고 소식을 모른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 건강하다면 미중년이 되었을...
전설속 사진의 대조 버젼은 뭐랄까,
그냥 보세요.
코딱지를 닦아주려 했을 뿐인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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