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아옹다옹 나비파
2011. 12. 17. 00:24
대조 요 못나빠진 계집애가 무서운게 없습니다.
낯선 사람도 무서운줄 모르고 난생 처음 보는 어른 고양이들도 못본척 피할줄은 알아도 무서워 하는건 없어요.
대조가 눈치 빠르게 먼저 굽히고 들어간건 메이 뿐이고 동고비와 소목이 야호가 하악대는건 그냥 슬쩍 눈 돌리고 피해가면 끝이었어요.
천장에서 떨어진 구더기에 뒷통수를 맞았을때 잠깐 털 부풀리고 하악댔던걸 빼면 청소기고 뭐고 세상에 무서운게 없습니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야호에게도 깐족 깐족 장난을 겁니다.
야호는 대조를 싫어하거든요, 오래비들이 꼬리를 내릴 정도로 힘도 센 녀석이 꼬마에게 막 하악대고 때리고 그래요.
그런데 아무리 맞고 밟혀도 얘 머릿속에 야호가 이 집안의 암컷 대장이라는건 입력이 안되나봐요.
딴에는 그럴만한 자신이 있는거죠.
데려온지 얼마 안되어서 한참 호흡기질환 앓고있을 그때부터
이렇게 고양이들 털방석 세 귀퉁이를 맞대 꿰메서 대조 전용으로 만들어준 도롱이집에 콕 박혀있으면 사람도 어딨는지 찾지 않았었는데,
대조가 온 첫날부터 지금껏 제 눈에 안 보이면 앵앵냥냥 꽁알꽁알 온 집안을 쑤석대며 찾으러 다니던 이런 놈이 있었던겁니다.
그뿐인가요?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방한 대책을 세우기 전이라 어리고 약한 녀석 크게 앓을까, 큰일 날까, 겁이나기도 했고
저도 얘 병수발을 들 여력이 없었어서 보일러 있는 태양이네 집으로 피난을 보냈더니,
그집 바람이도 보자마자 첫눈에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기도 하고..
태양이는 아예 회색 오동이였대요.
이거 욕일걸요?
완전 스토커라는 소리거든요.
이렇게 오빠들이 물고 빨고 업어주고 밟혀주며 이뻐라 하니까 누구에게건 이쁨받는게 당연한줄 알아요.
대조 하는 꼴을 보고있으면 처음 보는 고양이건 자신에게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건
`지깟게 튕겨봤자지, 조만간 날 이뻐할게 뻔해.'
이런 말풍선에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닙니다.
야호가 자기를 싫어한다는걸 알면서도 야호 잠든틈에 살그머니 곁에 가 붙어 자고,
이런 여우짓을 하니까 호랭이 같은 암컷 대장 야호도 별수 있나요.
요즘은 심하게 치근대지만 않으면 장난도 어지간히 받아주고 같이 우다다도 하고 잘 지내고 있다죠.
이놈이 얼마나 여우인가 하면, 이런 넉살이 뻔뻔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대조는 정말이지 어느집에 가서고 있는듯 없는듯 슬그머니 녹아들어 그집의 일부인 양 스며 살 녀석인듯 합니다.
사족.
드디어 한옥집 화장실 변기 수도 얼었어요. 와아~
자자 이 스펙터클한 한옥살이에 모두 화이팅을 외치며 추천 한번씩 눌러주시면 받는 제가 기운이 팍팍 나겠지말입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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