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잭 ]
일명 `재구'라고도 불린다.
오른쪽 눈동자가 없기 때문에 `애꾸눈 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진짜 이름의 주인은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주인공.
재구를 주워왔던 시절의 사진은 거의 없다.
카메라가 없었으니 별수 없지.
빌려온 카메라로 찍었던 몇 안되는 사진들을 스캔했던것도 모두 날아갔다.
필름이 남아 있을듯 한데..
카메라가 없다는건 변명이 아니다.
야로의 어린시절 사진도 역시 없으니까.
하지만,
있었다고 해도 잭의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을듯 싶다.
업,둥,이 라고 생각했으니까.
업둥이란 해줘야할것만 챙겨줄뿐. 정을 줘서는 안된다.
왜냐고?
안그러면 지금쯤 백수십마리의 고양이들과 동반자살을 계획해야했을지도.
[ 1999년 신림동 ]
안구적출을 받기 전의 몇 안되는 귀한 잭의 사진들이다.
이게 6개월령 쯤이던가?
1999년인걸로 기억한다.
그땐 침대보다 박스를 더 좋아했었는데..
(옆의 작은 상자속 누렁이는 감자네집 울트라. 역시 앞을 보지 못하는 녀석인데 병수발 받으러 와 있었던듯)
그해 8월 26일 안구 기형으로 알았던 양쪽 눈이
각막염 이외에도 녹내장을 앓고있어 거대해진거라는 진단을 받았고
녹내장 증세가 심하던 오른쪽 눈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 2000년 한남동 ]
침대 없이 살았던 잠깐.
사람 품이면 어데고 파고드는 잭.
자고있으면 늘 이렇게 달라붙어 자곤 했다고 들었다.
나야 잠들었으니 누가 밟는지 깔아대는지 알리없지.
[ 2001년 성남 ]
창틀에 보이는 꼬리는 메이.
게 등짝만한 방 두개에 싱크 하나 겨우 들어갈 주방과 고양이들이 드나들면 큰일날법한 화장실이 전부였던 성남 집.
방 안을 거의 꽉 채우다시피 했던 침대 하나로 재구는 행복했을걸.
[ 2002년 버티고개 ]
고양이 용품 쇼핑몰을 하며 창고 대신 철거 직전의 허름한 기름보일러 집을 얻어
창고겸 사무실로 사용하며 2층 방 한칸에 침대와 옷장을 놓고 살림까지 살던 시절.
사방팔방 쌓여있는 부자재와 물품들 틈에서 굴러다니면서도
단 하나.
손님이, 사람이 득실댄다는것에 만족하던 잭.
[ 2003년 혜화동 ]
부뚜막고양이 공방으로 이사를 들어온것이 2003년 9월 15일.
이때만 해도 하루 열댓번은 안아달라 업어달라 땡깡이 쥑였더랬지.
[ 2003년 혜화동 ]
업어주지 않으면 제 맘대로 기어올라와 그 나이에 암벽등반을 하기도.
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꽉 움켜쥔 뒷발을 보라지.
재구,
암벽등반은 몸 가벼운 1~3개월때나 하는거야.
사람 잡을 일 있냐고.
[ 2004년 혜화동 ]
여전하다.
나이가 여섯이면 뭘 하나 6개월 버릇을 못 버렸는걸.
내가 친구들과 이야기중이건..
엎드려 책을 읽건..
널린게 방석이요 깔린게 깔개이거늘.
사람 알기를 방석 알듯 하는 잭.
[ 2005년 혜화동 ]
달라진건 확실히 있다.
제 맘에 드는 상대면 그게 꼬맹이라 할지라도 편안하게 안겨올려지곤 한다.
모르는 사람이 안아올렸는데도 앞뒷다리 힘 쫙 빼고 흔들흔들 안겨진 잭이라니.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었는데.
전 처럼 꾸에꾸에 신경질적으로 사람 품을 파고들지는 않는다.
곁에 누워 쓰다듬어달라 조르다가도 귀찮다고 손을 내치면
뎅구르르르 구르며 어리광을 피워 모면하려고 드는 잔머리만 늘었다.
[ 2005년 혜화동 ]
대화중에, 일을 하다가도,
문득 묵직한 느낌에 내려다보면
언제 달라붙었는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올라앉아있기 일쑤.
[ 2006년 성북동 ]
침대 없는 공방에서 3년 가까이 살다가
드디어 양양,메이,나오미, 세 누나들과 만났고 침대가 있는 방에서
나와 한 침대에 잠을 자는 잭.
엄청나게 기뻐할거라 생각했다.
얼마나 달라붙을까.
또 얼마나 칭얼대며 어리광을 피울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날 귀찮게 할거야.
헌데 예상은 빗나갔고.
잭의 무릎사랑은 그저 침대를 향한 그리움이었다는 생각 뿐.
뭐랄까.
시원섭섭.. 한게 아니라 뭔가 속은 기분.
재구 나쁜놈.
딴에는 얼마나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_-
[ 2007년 성북동 ]
멋진남자 조재구
잭은 본명 대신 재구씨로 불리고 있다
어릴적에도 냉장고 위에서 벽면에 붙은 자석을 끌어올려 입으로 떼어내서는
그걸 밑으로 떨궈 떨어지는 소리로 거리를 가늠하고 뛰어내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내려오던 재구는
여러가지 이유로 방문틀에 설치했던 내 허벅지 높이의 바리케이트도 우습게 뛰어넘으며
앞이 안보이는게 고양이에게 얼마나 하찮은 장애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해냈다.
[ 2008년 성북동 ]
2008년 11월 15일 녹내장의 진행으로 남은 한쪽 눈을 적출하고
열살을 맞아 다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재구
이제 자는건지 깨어있는건지 정말 알수 없게 되었지만 그러면 좀 어때
자는건지 죽은건지 알수 없게 될 어느날까지 앞으로 십년 또 즐겁게 살아보자.
[ 2009년 여름 ]
아마도 양양을 떠나보낸 직후인듯.
아무리 안압이 정상권이고 크게 통증은 없었을거라고 해도
각막궤양과 녹내장을 앓으며 이물감과 신경을 건드리는 잔 통증 같은게 있었던듯
남은 눈동자를 적출한 이후로 재구는 여전히 고집스럽긴 해도 땡깡이 줄고 느긋하고 너그러운 고양이로 바뀌었다.
[ 2009년 11월 28일 ]
아부지의 비호 아래 캔에 비빈 베이비캣을 께작거리는 재구.
[ 2009년 12월 2일 이른 아침 ]
양양 곁으로.
[ 2009년 12월 5일 ]
떠난 뒤 사흘.
곁에 두었다가 하늘로 올려보내고
이제 한 줌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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