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열한마리 고양이 2009. 5. 5. 07:54

[ 나오미 ]

그 유명하던 나오미 켐벨.
고딩시절 검은고양이라면 `나오미' 흰 고양이라면 `나디아'라고 부르겠다고 마음 먹었었음.
저 둘은 그당시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던 흰모델 검은모델이었음.



[ 1998 신림동 ]

모란시장에서 나오미를 데려온건 98년 8월 14일.
한여름 땡볕에 말라빠진 검은고양이가 더워하는것 같아서 에어컨을 좀 틀어주었더니
데려온 다음날 한나절만에 감기에 걸려버렸다.
겸사겸사 검진도 받을겸 병원에 갔더니
얼레,
폐렴 초기라고 하네.
워낙 못먹어서 영양실조에 면역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바닥이라는데
난 야근이 나래비로 줄 서 있던 시점.
길동 사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진은 그 집 마이키의 애들과 함께 뒹굴고 있는 나오미.
1주일인가 열흘을 그 집에서 병수발 받으며 폐렴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나오미는
그 후로 1년이 지나건 2년이 지나건 그 친구가 놀러오면
냉큼 그 무릎에 올라앉아 반가워하곤 한다.









[ 1999년 신림동 ]

언제 컷는지도 모를 녀석이 어릴적의 그 말라빠진 모습이 타고난거라나,
거기서 조금만 살이 붙으면 그게 딱 적당한거고 보기좋다.. 싶을 정도면 비만이라네.

고양이, 도둑임신에 도둑출산도 가능하더라.
뱃통에 가득 낀 지방덩이는 출산 1주일 전에 갔던 병원에서도 임신 사실을 확인할수 없을 지경이었다.

근무중 남동생의 전화로 나오미의 출산 사실을 알게되어
그 시절 고양이 모임 친구들에게 긴급전화를 돌려 나오미의 출산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었다.







나오미가 낳은것은 아들 셋에 딸 둘, 오남매.
콜라, 마키, 짱이, 케로, 코지.
애들 아빠는 야로였고 날짜를 되짚어 따져보니
야로와 재구가 한 날 한시에 불임수술 받았던 4월 18일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엄청난 야로.

나오미의 새끼들을 지켜본 결과,
굉장히 더디 자란다.
몸이 다 자라는데 1년 반 정도.. 골격이 잡히는데 까지는 거의 2년..
하긴 보통 한살 전후면 눈동자의 색이 고정되는것에 비해 나오미는 거의 3년이 걸렸다.

그걸 생각하면 나오미는 과하게 어린 나이에 첫출산을 했지 12개월도 못 넘겨 엄마가 되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입맛이 쓰지만 그 시절이야 고양이 평균 수명도 7년에서 10 남짓이었고
`고양이 열달 넘으면 애 낳는거 당연하지' 분위기였어서
이르다 생각 하면서도 크게 맘 쓰지 않았건만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내가 운이 좋았던것.

그나마 애들 다섯 설사 한번 없이 튼튼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이게 하늘이 도운게 아니면 뭐람.
하긴 나오미도 그 심하던 상황에서도 우습게 털고 일어났고
잔병 한번을 안 앓은 건강체였지.









[ 2000년 한남동 ]

비만 판정을 받았던 나오미는 이 무렵 부터 슬슬 살이 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녀석은 살이 한번 쪘다가 빼고.. 다시 쪘다가 빠지고.. 의 반복이다.
순간 방심하면 바로 비만이다.







이맘때도 아직 눈동자의 색이 고정되지 않은 나오미.
암만 기분이 째지게 좋아져도 레몬색에서 라임색 까지가 최대였는데.
지금 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로 변할줄은 생각도 못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오미 하면 검은 고양이에 초록 눈동자, 길쪽한 송곳니가 트레이드 마크인데
이맘때만 해도 이 정도가 최고로 파래진거였다 평소에야 그냥 레몬색 정도였지.
발육이 느려도 보통 느린게 아닌 녀석.. 이러니 동고비 싱그람이 두살 넘도록 몸이 자라지.









[ 2001년 성남 ]

나오미를 닮은 신랑감을 찾아 헤메던 시절.
눈 씻고 봐도 없더라 초록눈에 검정 코트를 입은 신사는.
나오미의 송곳니가 눈에 띄게 도드라지기 시작한것도 이 무렵.
















[ 2002년 버티고개 ]

이 때의 나오미는 열혈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건강 상태며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마른듯 싶은 이 모습이 나오미의 가장 건강한 모습이라는데...
어쩌냐 나오미, 넌 먹는게 일생의 낙인데.







함께 살았던 사람들 조차 나오미에 대해 잘 모르는것이 이 여자의 어리광이다.
내가 책상이나 작업대에 앉아 일을 할 때 귀찮게 굴면 싫어한다는걸 알고 있다보니
요즘은 거의 안 하는편이지만 보통의 나오미는 이렇게 무릎이며 옆구리며 등등에 달라붙어서
그 거대한 덩치로 이리 꿈틀 저리 꿈틀 저 혼자 흥에 겨워 어쩔줄 몰라하곤 한다.







이렇게 작업중인 상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눈치가 좀 좋아뵈면 스르르 기어나와 달라붙는 나오미.
(사실 지금도 내 오른손에 30cm 가량 떨어진 곳에 도사리고 앉아서
내 손 한번 내 무릎 한번 번갈아 보고 있다
과연 어느쪽으로 어택을 날릴까.. )










[ 2003냔 약수동 ]

고양이 카페 열번째고양이에 매일 들쳐업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
스트레스가 엄청났을텐데도 투정 한번을 한적 없는 착한 나오미.
무거운걸 빼면 정말 엄마 고생 안 시키는 착한 딸이었다.

2003년 12월 1일 마스카, 시토, 챠콜 삼남매를 얻었고
시토는 아버지와 함께 살기로, 마스카는 트롤님 댁에서 모모롱과 함께 살기로 결정되었고
성질 못된 챠콜은 눈물겹게 붙잡는 우리를 뿌리치고 일찌감치 무지개 다리를 건너 이노바 산으로 가버렸다.

 








[ 2004년 혜화동 ]

나오미 나이 6살,
오래 전에는 고양이가 세살쯤 넘어가면 그 때 부터 마냥 늙어가는줄만 알았다.
사람, 특히 여자 나이 서른 넘기면 그대로 여자의 일생 끝나는줄 알았던것과 비슷하게.
고양이들의 전성기는 사실 4살에서 8살 정도 까지로 볼 수 있다.
(열살이 넘어가며 정말이지 탁- 소리가 날 정도로 뭔가 꺾인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그야말로 한창때의 나오미... 이 때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다는게 날이 갈수록 정말 다행으로 느껴진다.

 









[ 2005년 삼선동 ]

양양,메이,나오미만 혜화동 공방에서 삼선동 집으로 이사를 했고
그 집에서 동고비, 반하, 싱아, 싱그람을 낳아주었다.











[ 2006년 성북동 ]

성북동 새 작업실로 이사를 들어오면서 
입양갔다 돌아온 막내아들 싱그람을 다시 만나고 아직도 젖을 무는 동고비를 끼고 살면서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듯 제 아들 딸과 경쟁하며 내 무릎을 다툰다.











[ 2007년 성북동 ]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털을 박박 밀어놔도 마냥 예쁜..
점점 더 아름다와지는 나오미.






예쁜 나오미 착한 나오미 건강한 나오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인대도 나오미의 장점을 표현하는데는 부족하지 싶다









[ 2008년 성북동 ]

나오미를 알고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희고 거대한 송곳니를 떠올릴 만큼..
검치호랑이니 물개니 하는 별명을 갖게 했던 나오미의 송곳니
그 송곳니 하나가 썩어 빠져버렸지만 아쉬움은 남지 않는다.

남들보다 거대한 송곳니를 가졌던 탓에 늘 혀 끝을 내밀고 살아야 했고
나이를 먹으며 슬쩍 벌어진 입에서는 늘 침을 흘리던 나오미.  
송곳니 하나를 잃은 대신 보송보송한 턱과 유쾌함을 얻었으니 까짓 이빨쯤이야.

여전히 나오미의 사진을 찍는것은 쉽지 않다.
검은고양이라서가 아니라.. 나오미와의 사이에는 간격을 확보할수 없기 때문이다.
눈이 마주치고 이름이 불리고 사방에 방해할 고양이가 없다는걸 눈치채는 순간
내게 밀착해서 떨어지지 않는 나오미를 찍을수 있는건
흥에겨워 바닥을 뒹구는 이런 모습 정도.









덧글/덧플을 달아주세요.
Redcat 아..정말 검은 고냥이 사진은 언니 따라가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요!!!
사진만으로도 감탄..내용은 감동!!! | 2006-07-05 (Wed) 10:16   
메이 8년동안 매일 찍어도 이정도면.. 좌절인게지요 크크;; | 2006-07-05 (Wed) 11:36   
tdm79 나오미와 야로 삼촌과의 관계가... 음 둘 사이의 아가들은 다 나오미만 닮았는가봐요.
그나저나 나오미 아줌마의 눈, 이뻐요 이뻐 ^^ | 2006-07-05 (Wed) 12:02   
메이 아아닌뎁쇼, 태어난 애들, 그 밑의 손주들, 보고 까무라칠뻔했어요, 어쩜 그리 야로를 닮았던지. | 2006-07-05 (Wed) 12:45   
계속 아름답다는 말 밖엔...울 레오도 장가 한 번 보낼 것을..... ㅠㅠ | 2006-07-05 (Wed) 14:31   
메이 아들놈 장가 보내놓는건 딸이 애 낳는것만 못하더이다..
이래서 짐승은 모계사회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장가 보내놓고 손 못 닿으면 그야말로 아쉽다고요..
난중에 난중에 딸 하나 들이시라고 권하오이다.. ^^
| 2006-07-05 (Wed) 19:12   
JIYO 검은 고양이의 로망은 나오미로부터 시작되었죠 후후. 나오미 살쪘어요?! 보고싶따!! | 2006-07-05 (Wed) 17:23   
메이 디룩돼지 되었..... 알고보니 많은 사람들의 검은고양이의 로망이 나오미로 부터 시작했다고 말씀하시더이다. 헷헷, 잘난 딸이라... 헤죽;; | 2006-07-05 (Wed) 19:17   
기린 나오미는 송곳니가 정말 사랑스러운 검은 고양이/ㅅ/;[메이님 홈을 매일 소리없이 스톡힝[;;]하다가 슬그머니 댓글 달아보아요/ㅅ/;;] | 2006-07-06 (Thu) 10:21   
메이 스톡허 2832615번 되시겠슴다.. 헷헷 반갑슴다~ | 2006-07-06 (Thu) 10:53   
광년이 비가 오락가락하니 괜히 나오미의 송곳니가 보고싶어여...ㅡㅜ(과연 뭔상관이??) | 2006-07-06 (Thu) 18:12   
메이 ㅋㅋㅋㅋㅋㅋㅋㅋ | 2006-07-06 (Thu) 20:01   
타니구루 아직도 내 사랑 나오미~~~~♬ | 2006-07-15 (Sat) 22:33   
메이 오랜만에 또 흑공룡이 되었사와... ㅡㅜ | 2006-07-16 (Sun) 00:33   
AKA 아구..~ 고놈 잘생겼다~~ | 2006-07-29 (Sat) 22:38   
메이 고맙습니다, 나오미는 어쩐일인지 예쁘다는 말 보다 잘생겼다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리는 암코양이에요, 그렇죠..? ^^ | 2006-07-30 (Sun) 01:54   
큐라마뇨 나오미... 사랑해~ 진짜 진짜 사랑해~ (내 새끼도 아닌데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는 나도 몰러..어허허허허) | 2006-08-18 (Fri) 17:53   
메이 고백하건데,
옛날에는 제 자식이 아닌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어느 정도는 가볍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걸 스에조를 보며 알았지라..
사람은 죽을때 까지 계속 배워야 하나봐요. ^^
| 2006-08-18 (Fri) 19:32   
redpanty 오오 쓰리~ | 2007-01-24 (Wed) 16:48   
메이 혹시... 딸편애자 동지................? ㅋㅋㅋㅋㅋ | 2007-01-24 (Wed) 17:07   
취객 나모민 역쉬 송곳니가 넘 땍뛰하신거 같아요.흑 넘 이뿌다...올블랙에 라임그린에 저 송곳니라뉘!!!완벽 그자체!!! | 2007-03-04 (Sun) 22:47   
메이 흐흐 저 송곳니가 그저 이쁘기만 한건지 생활이나 건강에 불편을 주는건지는... 한 오륙년 더 살아봐야 알것 같다죠... 아직까지는 불편한건 없어보이니 마냥 이쁘기만 해요. | 2007-03-04 (Sun) 23:15   
윤짱 어제 ViYa언니가 급습했던 깜장 모자 쓴 뇨자입니다 -_-.
나오미가 삼삼하게 오늘 하루 종일 잊혀지지 않아, 다시금 들렸습니다. | 2007-05-02 (Wed) 00:34   
메이 아하! 사람 얼굴 기억하는데는 젬병이지만
이쁜언냐들은 모두 다 잘 기억해요 헤헤
나오미는 사진과 실제 이미지와 하는 행동이 참 제각각이죠? ^^
| 2007-05-02 (Wed) 01:49   
D백작 정글북바기라의 포스가 느껴지네요.윤기가 좌르르르~ 멋져요 | 2007-09-06 (Thu) 19:52   
메이 나오미가 사내녀석이었으면 바키라라고 지어주려고 했었다죠 ^^ | 2007-09-06 (Thu) 20:02   
하빈 아 정말 다른 고양이들도 그렇고 2세를 많이 보셨네요 @@
걍 아무생각 없이 불임수술 한게 후회되기도 하고(남자애지만)
저 많은 아기들을 어떻게 키우고 입양보내고 하셨을까 대단하다고도 생각되고 그래요. | 2008-02-22 (Fri) 07:54   
메이 양양 두번, 메이 한번, 나오미 세번, 꽤 여러차례 출산을 시킨편이에요. 그냥 한두번쯤 낳게 해줬으면.. 하고 막연한 생각으로 출산을 시켰던건 아니었고 확고하게 낳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달까요, 입양도 보내지 못하면 다 끼고살 각오를 하고 낳게 했던거지만 사실 메이,나오미의 새끼들은 태어나기는 커녕 짝짓기 하기 전 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 헌데 머스마들은 장가 안 보냈어요. 수컷이 씨 남길 이유는 못 찾았거든요. 암컷 처럼 육아를 하며 정신적인 무언가를 얻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단지 새끼만 칠 뿐인지라.. | 2008-02-22 (Fri) 11:24   
임군 나도 둘리와 제리 아기들을 한번 볼껄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오미의 출산일지를 보니까 그 생각이 더 간절해지네요...나오미의 송곳니.....매력뽀인트이네요 | 2008-11-04 (Tue) 10:58     신고  
메이 이제 윗송곳니 한개 남아있어요 ^^ 아마도 몇년 안에 그것도 사라질거에요 희희 | 2008-11-08 (Sat) 00:58   


posted by Yah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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