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오동이의 앞마당 2009. 5. 5. 10:10




제 작업실은 1층을 가장한 반지하에요.
뒷쪽으로 난 출입구는 가마의 온도 조절에 쓰기 좋게 가마로 떡 막혀있고
가장 해가 잘 드는 창을 뚫어서 출입구로 만든 까닭에
문에 난 쪽창 이외에는 볕이 잘 들지 않죠.
화초를 키우기에는 아주 좋지 못한 환경이에요.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화초를 싫어해요.

두개의 베란다를 개조한 온실 가득 분재며 꽃 화분이 가득하다못해 발 디딜 틈이 없던
어무이의 취미 생활에 물 주기 담당은 아부지와 우리 삼남매였던 기억 탓인지
실내에서 키우는 화초가 싫어요.

그보다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어무이의 첫 취미는 이거였습니다 선인장.
거실 한 귀퉁이와 베린다에 선인장이 그냥..
세상 모든 종류의 선인장을 다 키우실듯 북실북실 했었죠.






근데 어느날인가 딱 요 사진속의 선인장에
예쁜 원피스와 하얀 타이즈를 입고서 탈팍 주저앉았단 말이죠...
눈물을 쥘쥘 흘리며 엎어져 우는 딸꼬마의 하얀 선인장으로 변한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쪽집게로 가시를 하나하나 뽑느라고 어무이 고생도 심하셨을거에요, 그죠?

어쨌거나 실내에서 키우는 풀떼기들은 죄다 싫었어요.






그런데요
언젠가부터 늘 퍼렁뎅이 풀떼기들이라 부르며 호시탐탐 말려죽일 기회를 노리면서도
꾸준히 한두개 이상의 화분을 늘 들여놓고 있습니다.

들여놓는다는건 임시 숙박객들이 씹어대서 잎이 흉해지거나 죽어버리면
애써 살리거나 하지 않고 죽게 놔두고서 작은 화분을 새로 사오기를 반복한다는 의미에요.
제 고양이들은 난초나 테이블 야자 정도만 아니면 화초를 뜯지 않는지라
한번 들인놈만 잘 키우면 끝인데 수시로 객들이 드나들다보니 그게 쉽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실에는 1년 여 잘 키우고 있는,
매년 분갈이를 해서 천정까지 닿는 큰 나무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있는 벤자민 고무나무와
같은 날 사온 스킨답서스 두개의 화분이 있습니다.

헌데 그중 하나가 절반쯤 죽어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태디가 씹어 구멍송송을 만들었고
까만 넙적이가 와구와구 씹어대 걸레가 되었다가
그나마 남은 잎은 얼마전 엄마삼색이가 올라앉아 쩍벌초를 만들었던
스킨답서스가 상한 잎을 솎았더니 너무 빈약하고 부실하네요.

그래서 지난주에 사진의 금전수와 작은 파키라를 들여왔어요. 


 






화초를 싫어한다면서 죽을때마다 자꾸 들이는건 말이죠..


 


다 얘들 때문이에요.
딱 버티고 앉아서

"내 배경에는 시퍼러둥둥한 풀떼기가 최고지!!"

하고 있는 요 놈들이요.





그런데 요즘은 또 한참 날 따셔지는 봄 아니겠어요?
네.. 겨우내 부족했던 꽃이 그리운겁니다.
꽃다발 대신 작은 꽃 화분을 사볼까 하고 기웃거리는데
좋아하는건 리시안서스지만 그건 분을 파는곳이 없었어요.

다른 꽃을 떠올리다보니 늘 좋아하던 조팝나무가 생각나더라구요. 





이런거 가지 몇개만 큼직하게 꽃아놓으면 딱 좋겠는데.
서울엔 저렇게 막 꺾어와도 좋을만한 조팝나무 군락 혹은 담장이 없어요.







조팝나무 담장을 생각하다보니까 또 상상이 나래비로 펼쳐져서
홍도 사는 마당에 담장 대신 꽃나무 울타리를 만들면 정말 좋겠다 싶지 뭐래요.
꽃 종류는 두번 생각할것도 없이 홍도인겁니다.
홍도 이름이 이거거든요 홍도화.

이왕이면 이렇게 울타리로 삼기 좋은 직립홍도.










그리하야...


 


꽃망울이 가득한 조팝나무와







 


막 순이 돋고있는 연분홍의 직립홍도가 생겼어요.






 


직립홍도 4000원 조팝나무 1500원
이 엄청난 가격에 혼이 쏙 빠져서 화분도 없이 무작정 잡아다놨으니 으으 큰일이에요.

한번 심으면 오래오래 봐야하는데 못난이 화분에 심고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화분을 사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뭐 이리 비싸답니까.
만들자니 으으 빚는데 한 며칠 말리는데 열댓밤 굽고 유약 바르고 뭐뭐 다 하면 한달은 홀랑 잡아먹을텐데
그동안 말라죽을게 불 보듯 뻔하니 이를 어째요.

볕 못 봐서 시름시름 죽는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뿌리만 감싸놓고 1주일에서 열흘만 버티면 뭔 수가 나도 나겠거니 하고
우선 비닐봉지로 둥기둥기 둘러쳐서 구멍도 좀 내고 물을 흠씬 줬죠.






 


근데요.

볕 못봐 죽는건 고사하고 분이 없어 말라죽는것도 둘째치고..
언놈이 흙내 난다고 직립홍도 뿌리 덮은 흙을 팍팍 파헤치고서 똥을 쌌더라구요.
으악! 으악! 나쁜쉐키!







요게 바로 똥 자국

똥덩이 다 치웠는데도 냄새가 쿨쿨 나서 이상하다 했더니
비닐에다가 쓱쓱 문대서 닦아놨었나봐요
말라붙은게 흙인줄 알았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에 코를 킁킁 했더니
털썩






 


아 그놈 냄새 함 독하네.

사실 이거 싼 값에 혹 해서 사놓기는 했는데
이거 배송을 받아보니 키가 후덜덜하게 큰거에요.
예상보다 훨씬 커서 화분을 마련한다고 해도 두가지를 다 실내에 놓을수는 없을듯 하네요.
아마도 직립홍도는 마당에 내 놓고 키워야 할것 같은데...




 




그 고민은 나중에 더 하기로 하고 
언놈이 또 똥 싸지르지 않게 다시 잘 다독이고 종이박스로 턱을 올려놨어요.
우선은 살아남아야 화분에 심건 마당에 내놓건 하죠.










아니 뭐 나무에게는 좀 못할짓이지만 하다못해 꽃은 좀 보고 죽였으면 좋겠어요.
화분 없어도 물 빠지는것만 잘 처리해주면 비닐봉지에 그대로 담아서 키우면 좀 어때요

내가 키우는게 어설퍼서 나무를 죽인다 쳐도
언놈이 뿌리에 똥오줌 싸 제껴서 생으로 독 올라 죽이는것 보다야 낫잖아요?
궁리를 좀 더 해봐야겠어요.





'diary > 오동이의 앞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4.28 탄지  (0) 2009.05.05
09.04.29 곤란한데  (0) 2009.05.05
09.04.19 용자의 삽  (0) 2009.05.05
09.04.14 꽃밭  (0) 2009.05.05
09.03.30 나무, 나무나무 또 나무.  (0) 2009.05.05
09.03.22 나무  (0) 2009.05.05
posted by YahoMay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