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시시콜콜 궁금증 2009. 5. 11. 05:55

알러지가 있다거나 극악하게 동물을 싫어하는 가족만 아니라면 한번 들인 동물을 애써 내치지는 않으련만, 우리 어무이는 동물은 좋아하나 집안에서 함께 사는것은 극렬 반대파. 더럽다, 버릇이 없다, 사납다, 사람 손에 밥 먹는것이 사람을 슬슬 피하며 눈치를 본다, 이런 말이 나올만한 분위기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나오는 말씀은 `남 줘라'
자아~ 이쯤 되면 기껏 "평생 책임지겠습니다!"  약속 하고 들인 동물 식구를 내칠수는 없으니 [고양이도 할 수 있다!] 플랫카드라도 내걸고 고양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할 판이다.

여기서 잠깐, 머리가 너무 좋아 훈련이 어렵다는 고양이에게 밥상머리 예절교육이 가능은 한거냐고?
고럼~!




[증거사진 01]


약 10년 전의 사진.




보시는바와 같이 빈 밥그릇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고양이들의 예절 바른 모습이..!
다 함께 45도 각도로 목을 빼고 밥을 기다리는 바짝 군기 든 모습이 고양이들에게도 실현 가능하다는 말씀.

사실 저 시절에는 특별히 가르친다고 생각했던적은 없다고 하는게 맞을듯 싶다.
하루 열시간쯤 근무를 하고 2주에 한번 꼴로 24시간 풀근무를 했던데다 내 식구 다섯에 늘 객원멤버가 하나에서 많게는 열여섯까지 더 있었으니 말 다 했지. 내가 죽지 않으려니 고양이들을 얌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본능적으로 해치웠다.


자율급식을 하는 고양이라면 해당사항이 없다, 오로지 제한급식을 하는 대가족의 경우에 유용한 팁이랄까.
식사 예절 갖춘 동거묘를 위한 첫 단추는 뚜껑이 단단히 닫히는 적당한 크기의 사료통.
두번째는 한 삽 떠서 다섯마리는 먹을수 있을 정도의 계량컵.
마지막으로 마릿수대로의 밥그릇이 필수.

준비물과 각오가 되었다면 1단계 부터 시작해볼까.



- 00 : 항상 동일하게 밥먹일 장소를 정해둔다.
(밥그릇을 방의 중앙에 놓으면 360도 모두 다른 고양이들이 달려들 수 있으니 밥그릇은 무조건 한쪽 벽면에 최대한 밀착시킨다.)


- 01 : 기본적으로 사료통과 밥그릇은 고양이의 발이 닿지 않는곳에 겹쳐서 보관하다가 밥을 주기 직전에 한 줄로 늘어놓는다.
(밥그릇을 늘 늘어놓으면 위생에도 좋지 않지만 이렇게 따로 쟁여놓았다가 밥그릇을 늘어놓는 순간이 `밥그릇 하나에 머리 하나'로 기다리는 신호가 된다)


- 02 : 식사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구호를 정한다. ex) 밥먹자~
(자다가도 달려나올 정도의 마법의 주문이 되는데, 위급시 유용하게 쓰일수 있으므로 건너뛰지 않는게 좋다, 실제로 우연히 열린 문으로 고양이들이 나가버렸을때 현관 문 고리 틀어쥐고 외친 `밥먹자~!" 한마디에 총알처럼 우다다닥 뛰어들어오는 경우... 아주 많았다.)


- 03 : 밥 때가 되면 미리 정해둔 구호(밥먹자~ 등)를 외치고 사료통과 밥그릇을 챙겨 식당(?)으로 이동한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우왕좌왕 난리법석을 칠 기쁨을... )


- 04 : 최소한 고양이 두마리가 나란히 설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밥그릇을 일열 횡대로 재빠르게 배치한다.
(그릇간 간격이 너무 좁으면 견물생심, 옆자리의 남의 밥을 탐하게 된다.)


- 05 : 한 삽(?)으로 모든 고양이의 밥을 다 담을수 없다면 두번째 삽을 떠야하는 위치의 밥그릇 뒤에 사료통을 놓아둔다.
(초 단위 까지도 우습게 생각하지 않고 배식 시간을 줄이는것이 식사예절을 가르치는 관건, 익숙해지면 좀 느긋해도 무관하다.)


- 06 : 오른손은 사료삽을 들고 박자에 맞춰 밥그릇에 적정량을 덜면서 왼손으로는 가장 가까운 위치의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밥그릇으로 밀어준다.
(중요!! 이 때 이름이 불리지 않은 고양이가 밥그릇을 차지하면 가차없이 꿀밤을 최대출력으로 친다, 고백컨데 급한 마음에 오른손에 들고있던 스뎅 계량컵으로 내려친적도 있으나 두번 다시 같은 말 할 필요도 없이 그 한방에 알아들었던 녀석도 몇 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우겨볼까 싶다. 툭하면 정신이 있네 없네 짜잘하게 수십대 쥐어박으며 잔소리 하고 타박 하느니 평생 맞을거 한큐에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독하게! 참고로, 등짝 엉덩이 콧잔등 이런곳은 백날 두들겨봐야 의도가 전해지지 않으며 간혹 고양이의 신체에 위험이 되기도 한다, 버릇 없는 고양이에게는 꿀밤이 최고! 어미고양이도 자식 교육을 시킬때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타이밍을 맞춰 이마를 후려갈긴다.)


- 07 : 익숙치 않아서 고양이들에게 휘둘려 새치기에 성공한 고양이가 있다면 가차없이 배식중단. 말을 길게 하지 말라, `야!' 도 좋고 새치기한 녀석의 이름도 좋다. 가능한 가장 큰 소리로 굵고 짧게, 개가 짖듯이 호통을 치며 사정 두지 말고 꿀밤을 갈겨라. 그리고 새치기 한 녀석의 식사 순서는 꼴찌가 되어야 마땅하다. 무엇이 되었건 고양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킬때는 "잘먹네~ 아이뻐~" 이런 식으로 무심결에 말을 거는 습관은 좋지 않다.
(꿀밤을 맞는 녀석들이 불쌍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위의 내용들을 칼같이 지킨다면 다섯번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하게!) 


- 08 : 식사중에 남의밥 기웃거리는 녀석이 있으면 짧고,낮고,굵고,큰 목소리로 주의를 상기시키고 필요하면 꿀밤을!
(역시 '야!' 하는 외마디 호통이건 이름이건 짧을수록 좋으며 잔소리가 길면 고양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삼가한다. 야단을 맞을때 이름을 불리는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하는 일반상식은 잊어도 될듯 싶다, 중요한건 억양이다.)


- 09 : 반드시, 마지막 한 마리가 식사를 마칠때까지 곁을 지키고 앉아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고양이가 얼만큼의 양을 먹는지 알수 있으며 이는 건강관리에 아주 중요한 팁!)


- 09 : 밥그릇과 사료통을 치우고 물그릇의 물을 깨끗하게 갈아준다.
(바짝 마른 건사료를 밥으로 먹고 나면 물이 땡기는건 당연하다, 물 많이 먹는 습관을 가진 고양이가 건강하며 이 타이밍에 새 물을 주는건 좋은 습관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 10 : 먹고 싸는것은 뗄레야 뗄수 없는 것, 밥먹이고 물먹이고 바로 배변통 청소를 하는건 여러모로 좋은 습관이다.
(고양이의 배변 습관은 제각기 다르다, 먹고 바로 싸는 녀석 부터 1~20분쯤 후에 싸는 녀석이며.. 한시간 후에 마렵다고 뛰어가는 녀석 등등. 밥,물,똥을 연달아 해결하는건 배변 습관과 변의 상태를 알수 있어 건강관리에 더블팁을 얻는셈이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독하게 마음 먹고 사람도 고양이도 한번 습관을 들여 놓으면 열마리고 스무마리고 10분 안에 평화로운 밥타임을 끝낼수 있으며 `대고양이적대세력'에게서 예의 바른 고양이, 똑똑한 고양이로 뭇 고양이들과 차별화를 성공하여 입지를 굳힐수 있을것이다.
(...이런걸 팁이랍시고 떠들게된 내 신세가 왠지 처량하다.)








주의사항 :
가족중에 밥줄을 쥐고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고 그가 행동에 일관성이 없어서 위의 내용을 지켜줄수 없다고 한다면 두번 생각할것도 없다. 괜한 고양이들 혼란만 주지 말고 일찌감치 포기할것. 겪어보니 보람 없이 불쌍한놈들 이마에 불똥만 튀었더라.
또 주변에 `대고양이적대세력'이 없다면 제 멋에 겨워 사는것이 고양이의 매력! 밥시간에 수선좀 떨어도 고양이 체면에 흠집 안 간다. 당신만 익숙해지면 장땡.

posted by Yah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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