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친구들의 이야기 2010. 7. 17. 02:00

능소화가 탁묘를 갔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왔습니다.

누군가 능소화에게 반해서 `내 고양이'로 삼았다면 모를까,
내 고양이가 있는데 곁다리로 함께 사는 상대로
능소화는 최악의 고양이입니다.
저는 능소화를 실제로 겪어보시고도
마냥 안쓰럽고 측은하다고만 하시는 민트맘님이 대단하게 보입니다.
능소화 저 자식을 보고있으면
누군지 네 주인 될 사람은 복도 많다는 생각과
저렇게 얄미운 고양이도 드물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거든요.

이런 감정이 드는건 제가 능소화를 예뻐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얄미워 하거나 싫어해야만
능소화가 가족을 찾을때까지
제 집에서 큰 트러블 없이 지낼수 있기 때문이기에
어쩌면 제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능소화가 업둥이로 데리고 있기에는 최악의 고양이인 이유.







내용은 이렇습니다.








`고양이가 좋아서, 예쁘고 사랑스러우니 키우는 것인데 예뻐해줄 수가 없다.'

그게 뭐? 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왜 능소화를 최악의 업둥이라고 하는지 이해 할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져줄 수도 없고 예뻐할 수도 없고,
심지어 가끔씩 윽박을 지르고 야단만 쳐야 한다면,
진심이 아니더라도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며 밀쳐내야 한다면?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습니다.








능소화는 작년 이맘때 길에서 태어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추운 겨울을 살아남았습니다.
출입을 허락받지 못한 식당으로 숨어들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바짓가랑이에 붙어 손길을 구걸하며
집고양이로, 사람과 함께 살고싶다며 매달리던 녀석입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그대로 멀어질세라 부리나케 잡아 끌며 손목에 매달립니다.







눈 만 마주쳐도 골골거리고,
손길이 닿으면 그대로 녹아내리는,
언제고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 녀석입니다.

문제는 사랑을,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갖고싶은 욕구가 너무도 큰 나머지
조금만 관대한 사람을 만나면
주변의 모든 고양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는겁니다.

처음에는 임신과 출산으로 예민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능소화는 정말 갖고싶은거에요.
다른 고양이를 돌아보지 않는 자신만의 사람이.









제게는 사진 속의 대장 소목이를 포함해서 이미 열 두마리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양양과 재구를 제외하더라도 열 마리.








제 블로그를 관심있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고양이들은 작업실에 살고있는 히로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기이할 정도로 의좋고 애틋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워낙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살기에 적합한 짐승이 아님에도
제 열 마리의 고양이들 뿐 아니라
지난 십 수년간 수 백의 업둥이들이 모두(히로와 펠, 두 마리를 제외하고)
평화롭고 사이좋게 살아온건
이렇게 각각의 고양이 마다의 성격에 맞춰
고양이들간의 관계를 온화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갖은 궁리와 노력을 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능소화가 들어왔을때 극심하게 거부하고
신경성 위염으로 피를 토하던 소목이 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능소화를 꽤나 너그럽게 받아주게 되었던겁니다.








다시 능소화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이가 좋지 못한 고양이들이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가장 가까이 붙어있을때
각각의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내어주는,
다른 모든 고양이들에게 썼던 방법이 능소화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소목이가 가장 좋아하는건
등의 털을 이리저리 쓸어주며 퉁퉁 두들겨주는것이고,
능소화가 원하는것도 거의 같습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아무리 예뻐도,
아무리 안아주고 싶고 쓰다듬고 싶어도 쓰다듬거나 예뻐해주지 않고 참다가,
소목이와 능소화가 서로에게 가까이 붙어있을때
둘을 동시에 만져주고 쓰다듬고, 등을 두들겨주는겁니다.
두 고양이가 서로를 질투를 할 새도 없이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물 흐르듯 손을 움직여
서로의 존재가 긍정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사진을 찍으며 남은 손으로만 움직이다보니
정작 사진은 상황을 정확하게 보이도록 찍을 수 없었지만,








능소화를 쓸어준 손은
그대로 소목이의 머리에서 등을 지나
꼬리를 훑으며 다시 능소화의 머리로 갑니다.








능소화의 꼬리에서 소목이의 머리로,
소목이의 꼬리에서 능소화의 머리로.









손을 자연스럽게, 당연한 순서인듯 이렇게 움직이다 보면,








능소화에게 보이던 까칠함이 가라앉았다고는 해도
달갑지 않아하며 무관심이 최대의 호감이었던 소목이가









능소화에게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머리를 부비댑니다.

보통의 고양이들은 이럴때 마주 머리를 부벼오거나,
적어도 상대의 호의를 슬그머니 피하는 정도로 반복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고
머지않아 제 고양이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그런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헌데 능소화는 다릅니다.








사람이 손을 내밀어 쓰다듬고 널 예뻐한다고 표현하기 전 까지는
소목이와 데면데면 할 망정
곁에 붙어 함께 잠을 자기도 하던 녀석이
앙칼지게 소목이를 후려갈겼습니다.








미리 방심하지 않고 두 녀석 사이에 손을 끼워넣어 간격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소목이가 제 곁에 한 발짝 더 다가온 순간에 이미 후려갈겼을겁니다.
저를, 사람을 독차지 하기 위해서 말이죠.








몇 번의 시도 끝에,
능소화에게는 이런 방법이 역효과를 가져온다는걸 배웠기에
가능한 능소화를 만져주거나 다정하게 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소목이도
평소 달갑지 않던 능소화에게 따귀를 맞고서도
이렇게 인상 한번 찌푸리는걸로 봐 넘기고
공격을 하지는 않는겁니다.








하지만 역시 기분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참아줬지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참지 못하게 될겁니다.









능소화가 내 집의 다른 고양이들과 이 정도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저는 끊임없이 능소화를 밀어내고,
능소화의 바램이 가득 담긴 눈동자를 외면해야 합니다.








능소화가 외동이로 입양을 가지 못하고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만 한다면,
사람을 갖고싶어 하는 자신의 바램을 포기하고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돌려 정을 붙이도록 해야 할테니,
그건 능소화뿐 아니라 사람도 꽤 오래도록 행복하지 못한 일 일겁니다.
 
 저렇게 간절히 사랑과 관심을 원하는 예쁜 녀석을
몇 달이고, 혹은 몇 년 까지도
계속 밀쳐내고 싫어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질투도 심하고 예의를 따지는 소목이가
머리를 연타로 얻어맞고도 참아준건
능소화가 예뻐서가 아닐겁니다.








능소화가 손을 올리기가 무섭게 소목이가 화를 낼 틈도 주지 않고
제가 먼저 능소화를 밀쳐냈기 때문입니다.

내 집에서 싸우는건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다가
능소화가 제게 미움을 받는걸 보았으니까.
질투 할 가치도 없는 일에 제 분노를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사람 심경이 어떤지 알지 못하는 능소화는
여전히 이렇게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내가 쳐다보는 것을 알면







표정이 이렇게 바뀝니다.
잘 보이고 싶어서요.
저 예쁜 고양이라고.
사랑 받고 싶어서.








이때 손을 내밀면,
내 주변의 모든 고양이들을 쫓아버리려 기세등등하게 달겨들테고,
애써 유지해 온 집안의 평화는 깨질겁니다.
능소화는 고양이들의 미움을 받게 되어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지겠죠.
잠시라도 함께 지낼 수 없게 될겁니다.

측은하고 안쓰럽습니다.
헌데 더럽게 얄밉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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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를 키워주실 분을 찾고있습니다.

현재 동거묘가 없는 분이어야 합니다.
어른들과 함께 살고 계셔도 좋고
독립해서 혼자 사는 분도 좋습니다.
능소화는 어떤 사람이건 사람에게 맞춰 살 줄 아는 영리한 녀석입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며 밀쳐내기만 하는 저 조차도
이렇게 손을 내밀면
매번 모든걸 용서하고 받아주는 그런 고양이입니다.

아래의 메일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동물 반려 경력 등을 부탁드립니다.
yahomay@hotmail쩜com

posted by YahoMay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Edit/Del  Reply 제주

    묘하네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능소화가 얄밉다기보다는 정말로 정말로 측은하고 불쌍하네요
    어서 반려자가 나타나셨으면 합니다.
    능소화만을 정말 예뻐해 줄 반려자가요.

    2010.07.17 02:32
  2.  Addr  Edit/Del  Reply 푸치

    후아 ... 능소화는 능히 다른 냥이들을 소화를 못 시키는군요 (응?)
    이긍 ... 능소화 욕심부리면 안되는데 ...
    바보같은 능소화 ...
    하지만 정말 장미같아요. 능소화는 ^^
    능소화가 사람이였다면 정말 한 사람에게만 충실하고 질투가 엄청 많은 어여쁜 츠자일듯한 환상이 살짝 스쳐 지나갑니다.
    저런 능소화를 이뻐해주지도 못하는 메이님, 어째요. ㅡ.,ㅜ
    이긍 이긍 ...

    메이님 힘내시구요. 능소화에게 좋은 가디언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2010.07.17 02:35
  3.  Addr  Edit/Del  Reply 진봉

    언제나 눈팅만 하고 말지만 오늘은 댓글을 첨으로 달아요,
    능소화의 그 간절함이 그리고 능소화를 밀어낼수밖에 없는 메이님의 심정이 저또한 느껴져서 마음에 짠합니다. 능소화는 마치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 사랑할줄 모르는거 같아요,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아주 바라지만 제대로 주위를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을 애타게 바라는것 같은 그런바보같은모습이요.
    그래서 더 안쓰럽고 얄밉기도 하네요; 양가감정;;
    메이님 힘내시구요~ 능소화의 좋은 반려인이 나타나길 빕니다

    2010.07.17 03:00
  4.  Addr  Edit/Del  Reply jen

    안녕 메이님.
    능소화, 언제봐도 너무 이뿌구나. 오히려 좀 못생기거나 평범한 양이가 성격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의 글보니 사랑받지 못해서 저럴수도 있단 생각이 들구요.
    시간이 흐르면 좀 배우지 않을까요? 배우는 속도는 양이마다 사람처럼 다를수도 있구요.
    들고 출신이라는 소목이도 집에 잘 길들어졌다는것 자체가 운이 좋구랴.
    옴마가 잘 해줬으니까.

    2010.07.17 03:14
  5.  Addr  Edit/Del  Reply 도리안

    능소화 .좋은 곳으로 입양이 되었으면...메이님 말씀대로 사진이 올라와서 ...소목이를 봐서 너무 좋은데요...제가 소목이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달리님의 봉달이가 ...고양이별로 간거 같아 맘이 아파요..
    능소화는 다행히 좋으신 메이님께 맡겨져 이제 좋은 주인을 만나면 봉달이처럼 갈일은 없을테니...
    정말 다행이예요...저도 메이님과 달리님의 블로그를 보기전까찐 고양이를 무서워했고 별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여전히 개도 좋아하지만 고양이가 가장 사랑스러워요...
    외국만 아니였다면...봉달이를 제가 데려왔으면, 능소화를 제가 데려왔으면 하는데...그게 가장 아쉽네요...

    2010.07.17 06:39
  6.  Addr  Edit/Del  Reply 파니

    마음이 짠..하네요..휴. 사랑받고 싶어하는 능소화, 오롯이 혼자서만 사랑받고 싶어하는...
    얼른 좋은 인연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요..ㅠ.ㅠ
    그 사이 소목이나 다른 아가들과도 트러블이 없기를 빌어봅니다...

    2010.07.17 10:41
  7.  Addr  Edit/Del  Reply 미남사랑

    저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던 우리 미남군도 나리씨와 그 아깽이들로 밀려나니 스트레스를 부리네요...
    아깽이들이 있던 모든자리에 흔적을 남기네요...풀죽은 우리 미남군에 비하면 그래도 아직 생기가 넘치는 능소화가 이뻐요..아직 어리니까..그렇게 사람손길이 좋은데...미남이랑 닮아서 안타까워요..
    저만 바라보고있는 미남이라..아직 일이년은 더 바쁠것 같은 저때문에 가슴아프고 미안한데..
    질투쟁이 능소화가 좋은 분 만나 사랑 독차지하고 살았으면 바래요...
    전 감히 미남이를 보낼 생각을 못합니다, ㅠㅠ제가 선택하고 저를 선택한 미남이기에..

    2010.07.17 12:40
  8.  Addr  Edit/Del  Reply Paul

    정말 가슴이 아파요. 미운 녀석을 미워하기는 쉽지만 예쁜 녀석을 안 예뻐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일지, 하물며 마음은 통하지만 구구절절 설명할 말은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인데...정말 간절하게 바라건대 능소화가 자기만 사랑해줄 마음 따뜻한 주인을 만나 끝까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10.07.17 13:11
  9.  Addr  Edit/Del  Reply jen

    에구, 암봐도 제가 델구 가고 싶어요. ㅠㅠ 해외에 살고 있어서... 아쉬워요.
    데려왔으면 아마 지금쯤 메이언니 잘 있어용? 하고 물어봤겠져.
    그래, 여기 메이언니랑 아이들이야. 하고 컴터를 들이켰겠져.
    저도 메이님 처럼 죽을때까지 평생 반려묘 삼고 싶어요.
    그냥 이뻐해주고 양이 맘 꿰뚫려보고 대화도 하고 산보도 하고 사진도 팍팍 찍고 같이 놀구...
    세상은 이렇게 넓은거다, 하고 같이 하늘보고 땅보며 지난날 아픔 다 잊는거죠.
    이렇게 사랑 듬뿍 많이 받고 나면 슬슬 다른 양이도 데려오는것도 괜찮구...
    아무튼 공주님 능소화야, 곧 이해심많고 좋은 주인 만나길...

    2010.07.18 10:26
  10.  Addr  Edit/Del  Reply 플리트비체

    오늘 신문을 보다가 최재천님의 칼럼을 보고 요 능소화가 생각났어요. 그 글 내용이 꽃 능소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정말 고양이 능소화와 닮은 구석이 많더라고요. 능소화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꽃이래요. 그 글을 읽으면서 고양이 능소화의 사연이 생각나 목이 메었습니다. 능소화가 업둥이로 들어온 날부터 지금까지의 글을 죽 읽었는데, 정말 얄미우면서도 너무 안타까워요. 능소화를 보면 항상 애틋한 마음이 들지만,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제 사정이 한숨 나오게 만드네요. 능소화가 하루 빨리 좋은 집으로 가기를 기도합니다.

    2010.07.20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