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시시콜콜 궁금증 2009. 5. 11. 07:34


왼쪽 사진의 잭(재구)은 10년 전 길에서 주워올때 이미 앞을 보지 못하는 고양이였습니다.
오른쪽 사진의 히로는 99년 3월에 제 집에서 태어나 초여름에 입양을 갔다가 08년 12월에 파양온 히로라는 녀석입니다.

둘 다 수코양이로 잭(재구)는 저와 함께 살며 숱하게 많은 업둥이며 들고양이들을 접했던지라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격성이 전혀 없는 조용한 녀석이고 히로는 입양처에서 살아온 근 십년간 먼저 죽은 형과 단둘이 살다가 형이 죽은 이후로는 외동이로 사랑을 독차지 하던 녀석이었죠.

사랑도 공간도 풍족한 삶을 영위하다가 비좁은 집에 고양이가 아홉마리나 함께 살고있는 제 집으로 돌아온 히로는 이해할수 없는 상황에 주위의 모든것에게 분노를 표현하려 들었고 가장 먼저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건 자연스럽게 가장 약한 개체, 장애가 있는 잭이었어요.







잭이 가고싶은건 소파 뒤쪽의 침대가 있는 곳.
앞을 보지 못하니 히로가 어디서 튀어나와 때릴지 몰라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자꾸 내가 있는것 같은 쪽으로 다가오지만 정말 앞에 내가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다시 주춤주춤 침대쪽으로 발을 옮기는 재구.






조심조심 통로를 통해 들어갔다가 내가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는걸 알고 다시 자신있게 돌아 나오는 재구.
히로는 수시로 내 눈치를 살펴가며 내가 보고있지만 않으면 얼마나 호되게 잭을 때려대는지 잭은 화장실 갈때 밥 먹고 물 마실때를 제외하고 늘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재구 평생을 그래왔어요.
누가 재구를 상습적으로 때려도
재구가 맞는거야 동물 세계에서 앞 못 보는 약한놈이 맞는게 당연하지.
재구 성격에 맞고도 참을만 하니까 참는거.
못 참겠다 싶으면 욱 하는 재구를 믿어.

근데 히로는 정도를 넘어섰어요.
명색이 메이 아들이라서 치는 기세도 남다르고 빠지는 행동도 민첩하고
심지어 머리까지 좋아서 재구에게 빈 틈을 안 줘요.
잭이 저렇게까지 설설 기는거 십년을 살아도 처음이라 저도 분기탱천 했죠.

제 관찰뿐 아니라 손님들의 증언에 의하면
때리기 전에 제가 보고있나 아닌가 눈치를 살피고
보고있으면 그냥 지나가고 안 보고 있으면 콱 때린다네요.

혹은 딱 마주쳐서 반사적으로 잽싸게 후려갈기고 나면
저를 획 돌아보고 엄청난 속도로 재빠르게 몸을 숨겨요. 안 때린척.

격리할 방도 없는 작업실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들고양이 업둥이(엄마삼색이) 때문에 철장을 꺼내놓을수도 없었어요.
엄마삼색이를 떠나보내게 되면 소파도 제 위치로 옮길수 있으니까 잭이 몸을 피할수 없는 좁은 통로가 사라지면 좀 덜해지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 이런식이면 접어 치웠던 철장 다시 꺼내놔야죠.
그 안에서 평생을 살지 나와서 활개치며 살지는 히로 저 하기에 달렸어요.


고양이 키우다 내치시는 분들.
나보다 더 잘 해줄 사람 찾아서 보내신다는 분들.
못난 내 손 떠나면 고양이가 더 행복해질것 같죠?
자기집 고양이 잘 키우는 사람에게 보내놓으면 그 집 고양이와 똑같이 사랑만 받으며 살것 같죠?

고양이 떼에 둘러싸여 살고싶다고 하시는 분들.
미리 알려드릴께요, 고양이는 근본이 무리지어 사는 짐승은 아니에요.
친 부모형제와는 헤어졌다 다시 만나도 잘 지낼거라고요?
남의집 고양이들끼리 다정하게 지내는게 부러우세요?
그거 정말 복 받은거에요..
그런 일 흔치 않아요..

고양이들끼리의 트러블이건 뭐건 어느 한마리만 탁묘를 보내려 하시는 분들.
잠깐 떼어놨다 다시 합쳐 사는게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어줄수는 있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거..
진짜 해결책은 죽이되건 밥이되건 내가 지은거 내가 먹어야지 남이 대신 먹어줄수 없다는거에요.

아무리 이상적인 성품의 고양이라도 사람 손에 의해 집을 옮기고 환경이 바뀌는게 반복되면
다시 만난 그 고양이는 내가 알던 그 고양이가 아닐겁니다.
다른 집의 가정교육에 영향을 받고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바뀌기 시작해요.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부정적인 변화가 커요.

이제껏 살던 집에서 내몰린(이유가 뭐건 결과는 같죠) 고양이들을 수 없이 데리고 있어봤어요.
그게 잠깐이건 꽤 오랜 시간이건 그게 중요치 않았어요.
잃었던 신뢰와 정서적인 건강을 되찾는건 기초부터 다지는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이 들지요.

함께 하세요.
고생도 문제도 함께 헤쳐나가는거.. 그게 가족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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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사족이자 사후보고입니다.

위의 글을 썼던것은 2009년 3월 3일로 히로가 파양되어 돌아온지 약 3개월째였습니다.
3월 14일 업둥이였던 엄마삼색이가 입양을 가자마자 가구 배치를 새로 하면서 대형 3단 철장을 다시 꺼내어 설치했고 히로는 그 안에서 자그마치 38일간 그렇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외면당한채 남아있는 아주 작은 욕망까지도 전부 버리도록 강요받았어요.
밥과 물만 채워지고 분변만 치워가는 일상을 겪으며 아주 가끔씩, 그것도 아주 잠깐, 철장 밖에 나오기 시작한게 30일을 넘기던 시점이었고 모든걸 다 빼았긴 히로는 그 잠깐의 자유를 기뻐하며 행복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행복이라니 가당치도 않은것을, 그래도 좋다고 기뻐하더군요.
다시 일주일이 지났을때 철장을 철거할수 있었죠.
새로 얻은, 이전에는 호흡하는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했던 자유를 다시 얻은 기쁨은 그렇게도 싫어하던 잭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것도 용납할수 있을 정도였나봐요.

히로의 철장을 철거하고 오늘로 20일째. 여전히 높은 톤으로 찡얼찡얼 울어대는 재구를 싫어하지만 전 처럼 잭이 울때마다 달려가서 후려패는 짓은 하지 않아요. 간혹 딱 마주쳤을때 때리는 일은 있지만 이전처럼 감정을 실어 분노를 표출하며 피를 보도록 찢어대지는 않아요. 그저 가볍게 툭탁대는 주먹질이죠.

히로는 파양되어 돌아온지 약 5개월만에 이제서야 우리 가족으로 함께 사는 첫 걸음을 시작하게 된겁니다.
많이 기쁘죠. 이것도 아주 많이 빠른거니까요. 효과가 빠르다는건 그만큼 약이 독했다는 이야기인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이 슬프기도 했구요.
아직도 진정한 가족으로써 싸움도 애정표현도 일상으로 느낄수 있으려면 갈 길이 멉니다만, 길을 찾았다는것 만으로도 기쁨이 더 큽니다. 





posted by Yah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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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조혜원

    히로는 정말 달라졌어요...
    처음 봤을때의 눈에는 화가 가득차 있었어요...
    히로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저도 반반이 탁묘해주신다는 사람들의 호의는 고맙지만...단호하게 말했어요...
    한번 내보내면 다시는 받고싶지 않을거 같다고...끼고 살면서 서로 적응하겠다구...
    물론 말로야 험한 소리했지만...반반이넘을 또 어디로 보내겠습니까...
    죽으나사나 끼고서 웬수~소리해가면서 살아내야지요...흑흑흑...

    2009.05.11 16:37
    •  Addr  Edit/Del YahoMay

      기운내세요! 반반이놈 얼굴만 반반하면... 뭐 절반 이상 먹고들어가니 어쩌겠어요 이그.. 이눔자슥 나중에 효도 제대로 해야 할텐데 말여요.

      2009.05.11 19:54 신고
  2.  Addr  Edit/Del  Reply 알 수 없는 사용자

    가슴에 아프도록 콱 박고 살아야 할말이예요..내가 지은밥 내가 먹어야 한다는거

    2009.05.11 17:20
    •  Addr  Edit/Del YahoMay

      저처럼 욕심 많은 사람은 누가 먹어주겠다고 나서도 솥째 부여안고 등돌리고 숨어서 다 먹을텐데 말이에요.

      2009.05.11 19:55 신고
  3.  Addr  Edit/Del  Reply 알 수 없는 사용자

    저도 제사정으로 비이를 거의 일년가량 이집저집 전전하게 만들어서 결국 그 착한녀석을 까칠하게 만든죄인이라 글이 가슴에 팍팍 박히네요..천진하고 친구좋아하는 비이가 다 귀찮고 사람눈치보는 아이로 왔을때 다 내가 죄인이지 싶더라구요..ㅠㅠ

    2009.05.12 11:43
    •  Addr  Edit/Del YahoMay

      일년, 길지만 십수년 이십년의 세월에 비하면 짧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못할짓을 했으니까, 앞으로 남은 세월 더 크고 깊게 나눠줄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009.05.13 05:05 신고
  4.  Addr  Edit/Del  Reply 김미화

    내가 지은밥 내가 먹어야지 남이 먹어주면 안되겠죠..저희집에도 비슷한 상황이...앙꼬란 넘이 쫄바를 컴터책상 밑에 몰아넣고 구타를 하는데...어찌해야할지...불쌍한 쫄바는 아무도 없을때는 매일 안방에서 독수공방을 해야하고...유독 쫄바한테만 그러니....

    2009.05.14 10:31
    •  Addr  Edit/Del YahoMay

      오래전에 고양이의 행동심리학에 대한 글이었던가.. 읽은게 있었어요, 여러마리의 고양이 가족 중에서 심하게 사이가 나쁘고 폭력적인 관계였던 두마리의 고양이중 한 마리가 나이들어 죽었을때, 죽은 고양이만 없다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할 줄 알았던 남은 고양이가 오히려 세상 낙을 모두 잃은듯 침울해 하다가 오래 못 살고 죽었다나봐요. 분명 힘들고 스트레스가 되겠지만 그 역시도 가족의 한 모습일 수 있다는 요지였어요.

      2009.05.14 10:37 신고
  5.  Addr  Edit/Del  Reply 감각쟁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기다림이라는걸 배우는거같애요.저도 많은묘구수를 키우지만 맘을 쉽게 열지않는 아이..싸우는아이..왕따당하는 아이..자폐증이 있는아이까지..얼굴이 다르듯 성격도 다들 각각이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아가들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되는걸 느낄때의 기쁨이란~눈물이 철철 나죠~
    그래도 히로는 몇개월이어서 다행이네요~전 몇년이 걸렸거든요.^^
    히로도 잭도 건강하게 홧팅~!! 우리 냥이들과 행복해져요!!

    2009.05.22 03:53
    •  Addr  Edit/Del YahoMay

      길들지 않는 들고양이는 없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하는게 문제로 사람이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일뿐이라고 늘 이야기 합니다.
      감각쟁이님이 옳으세요, 강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서서히 변해가는걸 기다려주며 조금씩 도와주는게 제일 좋은 방법일텐데 저는 약간 과민하게 반응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편이라.. 나름 평생 할 고생 이번에 다 한다고 생각하라고는 합니다만 저놈들이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009.05.25 20:07 신고
  6.  Addr  Edit/Del  Reply haru™

    잘 읽었습니다.
    이제 히로는 로봇군단에 들어가서 행복을 느리며 살고 있고,
    메이님은 또 다른 환경에서 고심하시며 보다 나은 삶을 향해 살아가시네요..
    평생 동방자로서의 반려동물,, 사람이 변하는것과 같이 동물에게도 애정을 갖고 대하는것이 결국은 약이 되어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줄거라고 믿습니다.
    더도, 렌을 열심히 키울게요,,,

    2011.05.31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