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웅얼웅얼 혼잣말 2010.11.28 14:13


고양이들에게 캠핑을 시킨다면.

요즘 시절이 하수상하다. 가타부타 언급을 하거나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걸 하고있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차분히 지켜가며 어찌보면 하잘것 없는 내 정치적 견해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며 먹고. 쓰고, 버리는 모든걸 행하기 전에 반 번쯤 되새긴다. 
물론 전쟁이 날거라 노심초사 하고 있지는 않지만 물난리나 화재시 대가족을 어떻게 데리고 이동을 하는가를 늘 생각해두고 답을 찾아놓으며 단체로 이동이 가능할 이동장을 켜켜이 쌓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전쟁시의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리가 없다. 고민 할 것도 없었다. 마침 집 뒤에 숲으로 통하는 길이 있으니 어떻게든 몽창 짊어지고 올라가 풀어놓을테다. 아무렴 포탄이 사람 따라가지 고양일 따라갈까. 사람 곁에서 멀어지는게 살아남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지 않겠는가. 먹고 사는건 살아남은 이후의 문제이며 내 고양이들은 내가 살아남아 숲으로 가 찾으면, 살아있기만 하다면 모두 찾아낼거라 확신한다. 그렇게 키웠으니까.

우선 메이가 있다. 믿음직한 메이. 나이를 먹었건 잇몸이 삭았건, 메이는 이가 없으면 발톱으로라도 사냥에 성공 할 녀석이다. 게다가 배만 부르다면 잡은 사냥감을 어린 녀석들에게 양보할 줄도 아는 녀석이니 나이먹어서 그 고생을 해야 한다는게 안쓰러울뿐, 믿음직스럽기 짝이없다.

나오미는 이빨이 하나도 없으니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어차피 이가 성했더라도 사냥을 성공할 위인이 못된다. 평소대로 메이나 다른 사냥에 능한 녀석들을 따라다니며 얻어먹거나 포탄에 죽은 무언가를 찾아내어 먹고살게 분명한데, 다행인건 나오미는 집중만 한다면 죽어있는 먹잇감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데다 날고기를 좋아해서 못 씹으면 통으로라도 삼킬 녀석이라는 것.

야로는 참으로 걱정이다. 이를 어쩌나. 그루밍을 할 기력도 없는 녀석이니 사냥은 고사하고 메이가 먹다 남기는 험한 음식이라도 삼킬수 있으려나, 어쩌면 야로는 삶과 죽음을 나와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히로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식탐도 강하고 먹을줄 아는 음식도 다양한데다 몸이 재고 기술이 좋다. 더구나 이기지 못할 상대에게서도 원하는걸 훔쳐내는 기회를 잡을줄 아는 배짱 두둑한 녀석이다. 어디서 훔쳐먹건 뺐어먹건 사냥을 하건 배를 조금 곯을지는 모르지만 굶어죽는다는건 히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말이랄까.

동고비는 알 수가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죽음을 나와 함께 해야 할 녀석은 동고비라고 생각했었는데 한줄 한줄 써내려가며 정말?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무려 동고비인데, 식탐으로 탑을 쌓으면 하늘에 닿고도 남을 동고비가 먹을것을 찾아 먹지 못한다고? 제 어미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고깃덩이도 발톱으로 파내어 먹을 녀석이 바로 동고비인데 말이다. 먹어야 한다면 코 앞에 놓인게 무엇이건 오만상을 찌푸리며 스스로 주워먹으며 투덜대는걸로 분을 달래는 그런 동고비, 어쩌면 가장 건강하게 살아남을 녀석이 아닐까 싶다.

싱그람. 싱그람은 의외로 뚝심이 있는 녀석이다. 소심한 마음이 그 강단을 가려 빛을 보지 못할 뿐. 가끔씩 보일듯 말듯 드러나는 심술보를 보자면 녀석이 착해서, 더구나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스스로 하고싶지 않아해서 그렇지 얼마든지 나무를 타고 새를 잡으며 살아낼것이다. 어쩌면 살아돌아온 내 목소리를 듣고도 외면하며 야생의 삶을 유유자적 즐길 녀석일지 모른다.

소목이는 그야말로 만사태평. 찾으러 되돌아갔을때 싱그람과 함께 숲을 누비며 돌아오려 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소목이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고양이 하나둘쯤은 제대로 먹여살려주리라.

브즈는 또 어떨까. 이자식이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멀리, 인적이 닿지 않는 깊은 숲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이 놈은 죽을 자리인줄도 모르고 사람들의 곁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거면 차라리 내가 끼고있지. 그것만 조심한다면 브즈도 꽤나 쾌적한 숲속 캠핑을 즐길 녀석이다. 궁금한것도 많고 호승심이 큰 녀석이라 아마도 소목이나 오동이와 몰려다니며 남이 노리는 사냥감을 나꿔채고는 의기양양하게 잘난척을 할지도 모른다.

야호는 이상하게도 사람의 집에서 태어나 사람의 집에서 자랐음에도 숲의 고양이들과 다를게 없다. 가장 안전하고 깊은 공간을 찾아내어 둥지를 틀고 주변의 상황을 파악한 뒤 가장 먼저 제 영역을 잡을 녀석이 아닐까 한다. 야호에게 숲에서의 사냥은 숨 쉬듯 자연스럽겠지.

오동이에 대한 걱정은 하나뿐이다. 오동이의 체력과 운동성이면 아흔 아홉번 사냥에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의 성공으로 배를 채울 수 있을테지만 브즈와 함께 전쟁통에 굶주린 사람의 손에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하는 얼토당토 않을 걱정. 녀석이 하던대로라면 남자들을 무시하고 여리여리한 언니들만 따를테니 조금은 안심해도 될까. 쓰다보니 답이 나온다. 음. 역시, 전쟁이 나도 내 고양이들은 거의 대부분 늙어 죽겠구나.


두루룩 풀어내다보니 참 걱정도 팔자다, 헌데 생각해보면 내 나이가 그리 많은것은 아니지만 가물대는 어린시절 어른들의 두런대는 이야기 소리를 기억한다. 6.25를 겪은 전쟁세대이신 친할아버지와 25년간 함께 살며 들어온 이야기들중 아무렴 피난통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것이 그리 낯설지만도 않다. 한가지 불만인건 평소 `좀비가 공격해온다면' 고양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도망을 쳐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던 모 후배의 이야기에 깔깔 웃으며 비웃었는데, 요즘은 나도 좀비의 공격을 대비하는 상상이나 하고싶달까.


posted by Yah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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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우아한냉혹

    저도 요새 수상한 정국때문에 백일도 안된 아들 데리고 어찌 피난을 가야할까 이런 생각했는데..
    메이님 식구들도 워낙 대가족이니.. 그래도 다들 강인한 고양이라 다행이예요. ^ ^

    2010.11.28 14:33 신고
  2.  Addr  Edit/Del  Reply 아렌

    저도 몇년 전에야 퍼뜩 할아버지가 살아오신 삶에대해 생각이 닿더군요.
    그 때 부터 조금씩 일제시대부터의 이야기를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것은 그저 휘갈긴 메모지의 노트 뿐, 녹음기라도 사서 남겨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둬야겠다라는 생각도 합니다.

    고양이는 정말 인간이 있든 없든 그들만의 방법으로 살아나는 것 같군요.

    2010.11.28 14:42
  3.  Addr  Edit/Del  Reply 준이맘

    부모님 두고 비행기 타면서 걱정이 태산같아져서 발길이 안떨어졌습니다 ㅠㅠ
    괜찮겠지요?

    2010.11.28 17:15
  4.  Addr  Edit/Del  Reply 샤샤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전쟁이 나면 소집해제가 1달남은 신랑은 군에 끌려갈 것이고..홀로 고양이 네마리와 뱃속아이를 델고 어디로 가야하나... 차에는 사료를 잔뜩실고 가야하나...하고요. 어째...숲속에 두고와도 살아남을 녀석이 안보이는지..ㅠ.ㅠ 죄 긴털이 떡진채 굶어죽거나 ...심장마비로 전쟁과 동시에 쓰러질 녀석들..ㅠ.ㅠ

    2010.11.28 21:11
  5.  Addr  Edit/Del  Reply yann

    전 몇해전에 그런 비슷한 꿈한번 꾸고선 같은 걱정을 한 적이 있어요;;
    ...어찌됬건 두놈을 싸메서 등에 업고 가야한다는 대책밖엔 ㅜㅠ

    2010.11.30 11:22
  6.  Addr  Edit/Del  Reply 루칸루칸

    제가 집을 비웠을때 혹시라도 일이 터지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오그라들게 만듭니다.
    유리가슴 새가슴인 저는(고양이에게만) 늘 집 나서며 그게 걱정입니다..

    2010.12.05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