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 찍어놨던 사진들을 모아봤습니다.
아직도 이사가 끝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얼추 정리가 되어갑니다.



이건 이사 셋쨋날의 사진입니다.
방 안의 책상이 있던 자리에는 작업실에 있던 책장을 놓아야 해서 미리 자리를 만들어놔야 했기에
첫날은 방안에 있던 책상을 이 공간으로 꺼내서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작업대에 상처를 입혀가며 겨우 옮겨놓았었습니다.
작업대를 옮길때는 크다고는 해도 승용차라 작업대를 실으니 트렁크의 문을 닫을수도 없고 사람이 앉을 자리도 없어서 끈으로 묶어 고정을 한 채 트렁크 문을 열고 저는 작업대 밑에 기어들어간.. 대륙의 분위기로 옮겨다 놓았었지요.

윗 사진은 그 뒷날 급하게 트럭을 불러 야반도주를 하듯 해 넘어간 시간에 짐의 일부를 옮겨온 모습입니다.
이삿짐을 따로 쌓아놓을 공간도 없다보니 구석구석 틈을 찾아 끼워넣고 올려놓았다가 가구의 배치를 조금씩 바꾸고 채워넣고, 또 가구 하나 자리 잡아 옮겨놓고 또 채우고 하는 식으로, 정리하는데 시간이 몇곱절은 들었습니다.











정면의 작업대 뒤로 방에서 꺼내놓은 책상이 있습니다.
화장실이라도 한번 가려면 주전자가 올려진 난로를 매번 치워야 할 정도로 비좁습니다.











책상이 끌려나간 자리에는 책장 두개를 나란히 놓았는데도 세번째와 네번째 책장은 놓을 자리가 없어 버려야 합니다.
그중 하나는 무겁기도 하고 나름 원목으로 만든 책장이라 쪼개서 뭔가 만들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까와서 아직도 못 버렸어요.











차를 불러 짐을 옮겨온지도 며칠이 지났습니다.
미친듯이 정리를 했는데도 영 진도 나간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주황색의 사다리 뒤에 있는 탁자는 다리를 잘라야 그 위에 유약통을 올리고, 유약통이 있던 자리에 또 다른것을 채워 넣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살림 테트리스를 하는중입니다.











빌려온 직소를 꺼내 탁자의 다리를 절단하려 조립을 풀었습니다.
이건 수월했는데, 제일 윗칸만 잘라내서 현관문 밖에 놓고 창고처럼 쓸 생각으로 버리려던 네번째의 거대한 검은 책장은 해체도 못 하고 생긴 그대로 윗칸을 날려버리느라 꽤 위험했습니다. 이 좁은 장소에서 그 커다란 책장을 굴려가며 자를수도 없으니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급기야 아랫층에서 항의가 들어왔었습니다.


이 즈음 전기가마의 열선을 해체해서 공장으로 보냈습니다.
수명을 다 한 열선을 풀어내면서 지난 여름 콘트롤러 과열로 24시간 지키고 있어야 했던게 에어컨 설치 장소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가마의 고장이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고장이 나서 외부로 열기를 뿜어대는 가마를 재주껏 달래가며 두 번이나 더위를 먹고 끙끙 앓아가며 작업을 했던겁니다.












탁자의 다리를 자르고, 유약통을 올리고, 꽤 많은 자리를 빼곡이 채워 남은 짐을 줄였건만, 아직도 작업대 밑에는 정리를 기다리는 상자들이 남아있습니다. 저기를 깨끗하게 치워야 작업실에 남겨두고 온 물레를 가져다 놓을 수 있습니다.
사실 히로의 철장만 없다면 그 자리에 물레를 놓을텐데, 어쩔수 없이 물레를 쓰려면 혼자서는 들 수도 없는 그 무거운걸 매번 작업대 밑에서 끌어냈다 밀어넣었다 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하루는 모든걸 멈추고 쉬었습니다.
쉬지 않으면 딱 쓰러지겠다 싶던 타이밍이었습니다.


윗 사진에 보이는 분홍색 보조의자는 조악하게 만든 간이의자다보니 다리 부분이 모두 날카로와서 실내에서 맨발로 사용할수 없습니다.
갑자기 의자를 두개쯤 사야하게 되었는데 한번 사면 오래도록 써야하니 또 조악한 싸구려를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의자를 사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던차에 이케아 의자를 흉내내서 만든 아주 저렴한 검은색 원목 의자와 접는 의자를 찾아냈는데요, 이 검은색 의자는 구매자가 조립을 해야 하는 제품이었는데 나사의 구멍이 제대로 뚫려있지 않아 조립에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히 상품만 싸구려지 판매자의 서비스 정신은 고급이었어서 깔끔하게 새 제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이만원짜리 파란색 접는 의자는 사지 않는건데, 하지만 덕분에 19900원에 의자 두개를 산게 되어 방의 재봉틀 작업대 전용 의자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큰 눈이 몇번 왔고, 가마의 열선을 제작하는 공장도 산속에 있다며 눈 때문에 일정에 지장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요, 결국 예정보다 며칠 늦어진 2010년의 마지막 날 해가 넘어간 늦은시간에 열선을 새로 설치하는 작업이 끝났습니다.


전기가마의 열선을 교체하면 첫 가마는 800도의 초벌을 구워서 열선을 길들여야 한다는걸 몰랐습니다.
1,252도의 재벌을 굽는것도 이상이 없다는 테스트를 마쳐야 작품들을 구울수 있으니 텅텅 빈 가마로 초벌까지 온도를 올렸다가 완전히 식는데 열시간 전후, 또 재벌까지 올렸다가 뚜껑을 열 수 있을때까지 기다리는데 열댓시간 이상이 걸리니 하루가 넘는 시간이 또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2011년 1월 1일도 마지막 남은 이삿짐의 정리와 가마 테스트로 쉬지 못하고 지나가버려 지난 추석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새해 첫날에도 부모님께 얼굴을 비추지 못한 타박을 들을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직 버려야 하지만 아쉬움에 버리지 못한 책장 하나를 제외하고, 집으로 옮겨온 짐은 이제 전부 다 정리했습니다.
테스트를 마치고 넣은 올해 첫 작품들이 구워졌고 가마가 식으면 얼른 꺼내 포장을 해야 합니다.
가마 테스트에 생각보다 시간을 빼앗긴 탓에 출국 시간에 맞춰야 하는 한 점은 어디까지건 직접 배달을 가야 할것 같습니다.


작업실을 비워드려야 실내공사를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나 늦어져버렸으니, 모레는 세상없어도 작업실에 남거진 짐을 싸러 나가야 합니다.
그 짐들은 또 구석구석에 끼워 넣어두고 아직도 집으로 보내지 못한 도마뱀 인형들을 줄 세워 출발시키고, 몇 점 만들어놓은 머그들의 판매글을 올린 뒤에 다시 정리를 시작해야겠지요.


지금 뚜껑을 열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에 유약을 입히면서 지치고 힘들지만 신나게 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새로 구성된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유약 작업을 하는 동안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였는데도 고양이들의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거든요. 물론 초벌 기물들이 전부 작업실에 남아있어서 기물 선반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으니 단언할수는 없겠지만, 이정도만 해도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작업환경입니다. 더구나 외부로 열기를 뿜어내던 고장도 고쳤고, 내부의 깨진 내화벽돌도 수리를 마쳤기에 가마가 돌아가는 동안 창문을 열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맞추느라 수명이 깎일듯한, 신경을 곤두세운 24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예전 작업실에서 처럼 열 두어시간만 신경을 쓰면 되는거죠.


신이 납니다. 지금은 잠을 자야 내일도, 모레도, 남은 일도 해결할 수 있는데 욕심껏 작업대 가득 기물들을 펼쳐놓고서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그림들을 잡아 앉히고 싶어 가슴 어림이 간질거립니다.




 
posted by YahoMay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Edit/Del  Reply 올레

    매우매우 공감가는 포스팅 이에요.
    최근 저의 모습이랑 비슷하여요.ㅎㅎ
    처음 고양이를 맞이하여 냥이물품 알아보느라,
    이사한다고 자취물품알아보랴,
    이사날짜 조절하랴,
    또 여기저기 죄다 처음이다보니 첫단추를 잘끼워야한다고 욕심부리다 지레 뻗어버리고, 요즘은 첫술에 배부르랴 하며 지내요. 그래도 저는 앞으로 오래도록 함께할 내 고양이가 생겨서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하다며~
    이깟 이삿짐 스트레스 따윈 즐기기로했음니당~ㅎㅎ

    2011.01.03 04:45
  2.  Addr  Edit/Del  Reply 세타로

    고생하시네요 이사만큼 힘든일도 없지요. 저희도 작년에 이사올때 버려도 버려도 짐이 계속나오고. 이사올때 그렇게 버렸는데도 짐이 많더라구요 ^^;;;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천천히 느긋하게 마음 먹고 해내시길 바래요!

    2011.01.03 09:27
  3.  Addr  Edit/Del  Reply 민트맘

    담담하게 말씀하시지만 얼마나 힘드실지..
    제가 좀만 젊었으면 도와 드릴텐데, 마음으로만 용을쓰고 있지 말입니다...잉잉!

    2011.01.03 10:24
  4.  Addr  Edit/Del  Reply 데이나

    주욱 읽어내려오다가 마지막 부분으로 올수록 미소 짓게 됩니다. 저도 힘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2011.01.03 11:46
  5.  Addr  Edit/Del  Reply 맹맹

    메이님 집 이사를 하게되면 장난 아니겠는데요~
    글로만 보고 있어도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얼른 이시가 마무리되어서 하루종일 고양이들과 붙어서 즐겁게 작업하시길 바랄게요.
    새해 복도 많이 받으세요~

    2011.01.03 11:59
  6.  Addr  Edit/Del  Reply 살찐냐옹

    살림살이 테트리스...말만 들어도 이미 후덜덜 해지는 저는 아줌마...ㅡㅜ
    이사 끝나시고 나면 맛있는 거 사드릴께욘~!

    2011.01.03 15:48
  7.  Addr  Edit/Del  Reply 큐라마뇨

    저 파란의자, 참 볼수록 이뻐요. ^^ 참 잘 사신듯해요!!

    2011.01.03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