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웅얼웅얼 혼잣말 2011.01.12 22:30

어릴땐 모든 사람이 다 나와 같은줄 알았다.
내가 먹어본건 남들도 다 먹어봤을거라 생각했고
내가 할수 있는건 남들도 다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듯,
누구나 나와 같은 재생력을 갖고있는줄 알았다.
그래서 친구가 넘어져 아프다며 엉엉 우는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슬쩍 긁힌 얼굴의 상처가 흉이 남을까 걱정하는 친구의 부모도 호들갑이 심한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조금 특별했던거였다.

화상은 흉터가 사라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던데,
그것도 나는 몰랐다.
여러번 심하게 데어봤지만 흉터라고는 고작 흐릿한 흔적만 보일동 말동 한 정도라 가끔은 화상 자국이 있다는것도 잊곤 한다.

 

얼마전에 뜨거운 그릇에 데었던 상처는 물집도 잡히지 않은 가벼운 화상이라 나이가 들며 재생력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더니 역시나 흉이 남을것 같지 않다.








화상을 입은지 정확히 2주째 되는 날의 사진.
흐릿하게 보이긴 하는데 흉터라기보다는 그냥 나이들어 생긴 목의 주름처럼 보인다.
아마 몇주 더 지나면 이 흔적도 사라지겠지.











브즈의 발톱에 긁힌 상처도 별반 다를게 없다.









상처가 난지 정확히 4일째.
약 한번 바른적 없고 다친 직후에 쌓인 설거지를 해치우는 등 물이 닿는걸 조심하기는 커녕 수돗물에 휘휘 헹궈내 닦은게 전부인 상처.
벌써 아물어 딱지가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주중에 전부 사라져 흔적만 남을테고
그 흔적조차 몇달 지나지 않아 사라질테지.
사진속 상처의 밑으로 보이는 흰 흔적이야말로 들고양이의 송곳니가 찢어놓은 사라지지 않을 흉터인데,
이렇게 빛을 반사하거나 술이라도 마셔 붉게 달아오르지 않는 이상 남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심하게 찢어진건 꿰메야 하지만 어지간한 수술 자국도 거의 사라져버리고,
고양이에게 다친 상처 정도는 며칠새 아물고 염증이 나는 일도 드무니 다쳤다고 약을 바를 필요도 없고 흉터가 남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이런 살성은 내 아버지를 닮았다.
다친 상처를 수돗물에 휘휘 씻어내고 마는것도 아버지를 보고 배웠다.

이것 참 경제적이고 편리한 피부인데,
어쩐지 피부라기보다 가죽이라 불러야 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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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h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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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아렌

    제 여동생이 턱밑에 꼬맨 상처가 흉이 져서 속상한데 피 좀 보내주시겠어요.으히히

    2011.01.12 22:54
  2.  Addr  Edit/Del  Reply 소풍나온 냥

    저는 아토피 체질이라 오래가는 편이에요 ㅠㅠ
    그 외 있잖아요~ 슬쩍 부딪혀도 멍들고, 살짝 긁어도 부르켜오르고, 모기가 물면 같은 모기가 물었는데 저는 한 열배쯤 부어 오르는.....

    2011.01.12 23:08
  3.  Addr  Edit/Del  Reply 오정아

    우와 정말 대단해요!!
    전 어릴때 나비(기르던냥이이름)가 물었는데 지금도 선명히 흉이 남았어요. 그뒤로 아버지가 고양이를 만지지 못하게 하셨죠 할퀴면 흉이생긴다고, 몰래 저녁에 문열어 놓으면 냥이가 살짝들어와 같이자고..ㅋㅋㅋ 혼나기도 많이 혼났는데 벌써 30여년전이네요!
    먹는건 나이라더니.. ㅜㅜ

    2011.01.12 23:11
  4.  Addr  Edit/Del  Reply 그런거지세상은

    전.. 병원에서 잘 처치해 준 상처도 여지 없이 흉터로 남는 편이에요. 점 뺀 자국 전부 흉으로 남았고 칼에 베이면 그 부분이 붙지 않아서 한참 고생해야 하고.. 이루 말 할 수 없이 불편하다지요. 어찌나 즈질인지..에휴.

    2011.01.13 00:04
    •  Addr  Edit/Del YahoMay

      피부 이외에도 경제적인게 또 한가지 있답니다, 맥주 한 캔이면 훅 가요. ㅎㅎㅎㅎ

      2011.01.13 05:34 신고
  5.  Addr  Edit/Del  Reply 바람의라이더

    우아 천상....도예가로 그리고 애들과 함께 사는 운명으로 타고나셨나봐요 +_+
    왠지 멋져요..만화같아요 ㅎㅎㅎㅎ +_+//
    그래도 언제나 조심하세요!!

    2011.01.13 00:52
    •  Addr  Edit/Del YahoMay

      목수나 배관공쪽이 더 가까운것 같은데요?
      세면대가 고장나서 내일은 배관공으로 변신해야 한다죠. 흑흑.

      2011.01.13 05:32 신고
  6.  Addr  Edit/Del  Reply 큐라마뇨

    저 같으면 이미 열두번도 더 곪았을....ㅜ.ㅜ 부러바요...ㅠㅠ

    2011.01.13 11:12
  7.  Addr  Edit/Del  Reply 설탕군

    우월하십니다. 제 몸에 제일 긴 흉터는 13센티짜리 ㅋㅋㅋ 얼굴 바로 밑에 있죠. 이것떄문에 참 사연도 많아요.
    화장실에서 볼일 보려고 바지 내리고 나란히 놓인 허벅지를 보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학대받는 마누라 모임에 나가도 받아주실듯 ^^ 똥괭 2놈이 허벅지 찍고 올라오기를 즐기는 탓에 추상화가 여기저기

    2011.01.13 13:58
    •  Addr  Edit/Del YahoMay

      전 팔꿈치에 있어요, 오래전에 들고양이와 싸우다 져서 응급실 실려갔을때의 이빨에 찢긴 상처인데, 그것도 15센티쯤 되던게 지금은 절반이나 남았나 해요.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을거에요 꿰멨어야 했거든요. -_-;;;

      2011.01.14 13:11 신고
  8.  Addr  Edit/Del  Reply 하빈

    부럽사와요 -_- 제 팔뚝과 허벅지에는 고양이들이 남긴 흉터가 매년 늘어가는데.. 쩝

    2011.01.13 20:34
  9.  Addr  Edit/Del  Reply 아마조나

    자체치유 능력이 뛰어나시네요~~+.+
    멋지세요~정말 부러워요 ㅠ.ㅠ

    2011.01.14 13:07
  10.  Addr  Edit/Del  Reply This Link

    속적인것에만 의존하지않록이진을조용히가슴에새라.

    2012.03.27 08:10